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1년 토론회
지난해 5월부터 100여일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1년을 맞아 그 원인과 과정을 되돌아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22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광우병 파동 재조명 토론회'(시대정신 주최)에서 발표자들은 촛불시위가 실체가 없는 거짓된 정보에 따라 벌어진 민주주의의 위기 현상이라는 데 대부분 의견을 함께했다.이재교 인하대 교수(변호사)는 "광우병 촛불 사태에서 우리 사회에 옳고 그름보다 적과 동지의 구분을 앞세우는 '진영사고(陣營思考)'가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부 학자·법률가·언론은 자신이 가진 전문적 지식과 어긋나더라도 내 편에 유리하면 거침없이 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촛불시위 초기 여중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오빠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죽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한 것이 이유였다"며 "좌파들은 이런 소녀들의 공포를 '10대의 정치적 각성'이라고 찬양하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촛불시위에 다수의 대중이 합류했지만 실질적으로 촛불시위를 주도한 것은 친북(親北) 운동권·이익단체·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책회의'였다"면서 "대책회의는 광우병 위험 그 자체보다 한미 FTA 반대와 반(反)이명박 정권 투쟁을 위해 (대중의 참여 열기를)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계기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홍성기 아주대 대우교수는 "일제시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허위정보가 조선인 대학살을 가져왔듯이 역사적으로 의식주 문제와 선동이 결부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고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무조건 제거할 것을 요구할 때 민주주의가 아니라 포퓰리즘이나 파시즘 사회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윤평중 교수는 촛불시위의 긍정적인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과학적 사실과 합리성의 관점에서 볼 때 광우병에 대한 한국 대중의 공포와 분노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며 실체가 없는 것이었다"고 전제한 후, "그러나 시위 초기에 진실한 감정과 양심에 따라 자발적이고 평화적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의 역량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