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는 북한이 깼다 이제 우리 차례다
핵무장하자는 게 아니다 우선 핵쓰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은 4월 25일 핵 재처리를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영변의 5MW급 실험용 원자로에서 나온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더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더 만들겠다는 위협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야말로 핵 재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투명한 방법으로 재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핵 재처리를 못하는 것은 북한과의 '한반도 비핵화' 합의와 미국의 견제 때문이다. 우리는 1992년 1월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제3항에서,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고 합의했다. 북한은 이 합의를 깼다. 1990년대에 핵 재처리를 시작했고 2006년엔 핵폭발 실험을 했다. 그렇다면 남한만이 이 찢어진 선언문 조각을 들고 앉아 그 내용에 구속받을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가 핵 재처리를 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핵 쓰레기'인 폐연료봉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의 40%를 원자력 발전에 의존하고 있지만, 그 비용은 전체 발전 비용의 6%가 안 되니 대단히 경제적이다. 우리나라의 작년 총수출액은 4220억달러, 총수입액은 4352억달러였고, 에너지 수입 비용이 약 3분의 1인 1414억달러였으니, 에너지 전문가들은 장차 원자력 발전 비중을 60%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문제는 핵발전 이후의 방사성 폐기물이다. 지금은 사용 후 연료를 발전소 구내의 임시 저장시설인 수조(水槽)에 넣어두고 있으나, 수조 용량은 2016년이면 한계에 이른다. 임시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가 이미 1만t이나 되고, 2020년이면 2만t에 이른다. 재처리를 하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걸러내서 다시 핵발전 원료로 쓸 수 있고, 남는 방사성 폐기물의 분량도 크게 줄어든다.
둘째 이유는 산업적 측면의 효용성이다. 자국 내 핵폐기물 처리에 부심해 오던 미국 부시 행정부는 2006년 세계원자력파트너십(GNEP)을 제안했다. 핵폐기물과 핵확산 우려를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도록 국제협력 체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등 25개국이 가입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유사한 정책을 펼쳐나갈 전망이다.
이미 클린턴 행정부 때 제안되고 앞으로 세계가 추구해 나갈 제4세대 핵발전(Generation Ⅳ) 구상에 따르면, 향후 원자로는 중성자를 감속하지 않고 그대로 연쇄반응에 이용하는 고속로(fast reactor)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전문가들은 20여년 후면 고속로가 상용화(商用化)될 것으로 본다. 고속로 연료로는 고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이 사용된다. 지금의 경수로 폐연료를 재처리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더욱 중요하게 문제되는 것은, 미국·일본 등 현재 핵재처리 시설을 가진 나라들이 앞으로 고속로 연료 공급을 맡고 다른 나라들은 이들 공급국으로부터 연료를 사서 쓰게 하자는 구상이다. 이대로 간다면 세계는 지금의 산유국·비산유국처럼 고속로 연료공급국과 수입국으로 나뉘고, 우리나라는 핵 원료의 대외종속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은 미·일 원자력협력협정을 바탕으로 미국과 긴밀한 협력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핵공학 기술에 있어서는 미국·러시아에 바짝 다가서 있을 정도로 앞서나가 있다. 일본이 미국과 핵 협력을 지속하는 대전제는 플루토늄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일본은 미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우리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미국은 1970년대에 한국이 프랑스로부터 핵재처리 시설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저지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핵연료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 원자력 정책의 근간이 되어온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이 2014년에 만료된다. 이제 우리의 핵기술 발전과 국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전면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협상의 대부분은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