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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려한 휴가'를 믿는 사람들에게

화이트보스 2009. 5. 15. 14:23

영화 '화려한 휴가'를 믿는 사람들에게

        
영화 “화려한 휴가”가 2007년 대선을 앞둔 7월25일에 개봉되어 단숨에 700만 관객을 유치하며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화려한 휴가”라는 제목은 1980년5월18일 대낮에 유포되기 시작한 유언비어 “공수부대가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명으로 데모를 진압하러 왔다. 전라도의 씨를 말리기 위해 경상도 출신들만 뽑아서 왔다”는 데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등장인물들은 매우 단조롭다. 박홍수(배우 안성기), 민우(택시기사) 진우(고3, 배우 이준기) 신애(간호사, 민우의 애인, 배우 이요원) 정도이고, 사투리 심한 택시기사와 양아치, 김신부, 군인으로는 장소장(전교사 사령관), 최준장(7공수 여단장) 배중령(공수대대장), 시위에 동정적인 김대위 정도였다.

  공수부대 대령출신으로 나온 주연 안성기는 실제로는 26세의 박남선, 골재채취차량 운전수

여기에서 주인공 박홍수는 시민군 대장이요 공수부대 예비역 대령이자 7공수 여단장의 동기생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박홍수의 실제인물은 박남선이고, 박남선은 당시 26세에 불과한 골재운반차량의 운전수로 5월25일에 등장하여 시민군의 상황실장이라는 직책을 맡았으며 5.18사건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이다. 26세에 불과한 화물차 운전수를 50세 중반의 공수부대 대령출신으로 신분을 격상시킨 것이다. 아마도 시민군 대장이라는 사람이 26세에 불과한 화물차 운전수라 하면, 5.18이 초라해진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군사독재를 그토록 싫어하고 군사독재의 짠물을 씻어내기 위해서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이 5.18 세력의 꽃이요 핵심인 시민군 대장의 신분을 공수부대 대령 출신으로 사칭한 것은 신분왜곡의 극치라고 생각한다.  

간호사 이요원과 연애한 택시기사 민우는 실제인물 윤상원, 5.18의 지도자요 영웅으로 불리는 거목이며 님을 위한 행진곡의 그 님이다. 이런 영웅을 택시기사로 둔갑시키고 안성기가 건네주는 용돈을 받아쓰는 졸병으로 영화한 것은 윤상원에 대한 명예훼손일 것이다

택시 기사 민우는 시민군 대장 박홍수에 비해 한참 격이 떨어지는 존재로 묘사됐다. 민우의 실제인물은 민주화세력의 영웅이라는 윤상원(본명 윤개원)이다. 윤상원은 당시 30세의 대졸출신(전남대 정외과)으로 들불야학을 지도하고 위장취업을 하면서 노동운동에 앞장서온 사람으로 민주화진영에게는 5.18 최고의 영웅으로 숭상 받는 인물이며,‘님을 위한 행진곡’의 그 ‘님’이다. 박남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좌익진영의 거목인 것이다.

2008년7월31일 현재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google)에서 검색어 “5.18 윤상원”을 치면 11,200개의 글이 뜨고 “5.18 박남선”을 치면 827개의 글이 뜬다. 14배의 차이인 것이다. 박남선이라는 인물은 화려한 휴가가 인기리에 상영되고 난 이후에 급속도로 알려지기 시작한 인물이다. 이처럼 박남선과 윤상원은 인물과 역할 면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영화에서는 박남선을 대장으로, 윤상원을 졸병으로 전도시켜 놓고, 이들의 역할도 완전히 전도시켜 놓았다.

화려한 휴가는 인물도 가짜, 상황전개도 가짜, 단지 분노와 증오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만든 가공소설, 그 분노의 끝은 어디인가?

눈물을 흘리게 하고 군사정권에 대한 분노를 자아내게 한 것을 그들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이 영화는 5.18 역사를 완전히 왜곡했고 5.18 최고의 영웅 윤상원을 격하시켰다. 더구나 26세에 불과했던 일개 골재운반 트럭 운전수를 그들이 가장 증오하는 공수부대 대령 출신으로 격상시킨 신분도용 행위는 제작진이 얼마나 신분에 대한 콤플렉스를 느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내용들의 대부분은 1995년 7월18일 검찰이 내놓은 수사결과와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왜곡됐다. 필자의 책이 영화로 만들어 진다면 연화 화려한 휴가는 본색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휴가는 공수대에 대한 증오와 전두환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제작된 거짓말 영화다.


2009.5.1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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