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란시스 거리(Francis Gurry)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
전 세계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혁신과 창의력의 발휘가 무엇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서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19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에 R&D에 투자하고 지식재산권(지재권)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하이테크 시장의 리더로 변신한 바 있는 S기업집단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적응하여 지재권 자산을 강화하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제공하는 기회를 포용하기 위한 혁신을 지속하는 기업이야말로 다가올 경제회복기에서 시장에서의 위치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혁명 이래 산업발전은 오염을 확산시키고 광물과 생물자원의 급격한 소비증대를 야기함으로써 지구환경에 유례없는 스트레스를 주었고 손상시켜 왔다. 생태 균형을 회복하고 과거의 무절제를 완화하기 위한 기술적인 해법을 개발하는 것은 지구 자원의 고갈을 멈추는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국제사회의 각종 논의에서 기술이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청정기술의 창출,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을 위한 녹색 디자인, 그리고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녹색 브랜딩 분야에서도 지재권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국제적인 높은 수준의 환경 참여에 발을 맞추어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재권 시스템은 녹색 혁신의 확산과 녹색기술의 국제적인 교류를 장려하고 그 성공을 담보하는 데 있어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WIPO 역시 이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하나의 국가에 국제특허를 출원하면 141개국에서 특허출원한 효과가 발생하는 PCT(국가 간 특허협력조약)와 150여만건의 특허정보를 온라인으로 일반에 제공하는 Patentscope�A 포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PCT 시스템의 활용과 개선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한국 특허청은 세계 5대 특허청 중의 하나이며, PCT 출원건수에서 세계 4위를 달성하였다. 한국의 발명자들이 PCT 시스템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한국어가 국제 특허출원을 위한 공식언어로 채택된 바 있다.
한국이 지재권을 활용하여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산업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경험, 그리고 국제 지재권 정책 협상에 활발히 참여하고 지재권 정책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귀감이 되고 있다. WIPO에서도 지재권을 활용하여 개도국과 최빈국의 혁신과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지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있다.
지재권이 개발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그러나 2007년 10월 WIPO 개발어젠다 채택은 지재권과 WIPO가 그 해법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적인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WIPO는 개발어젠다의 45개 권고안을 WIPO의 중심사업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개발어젠다 채택으로 형성된 정치적인 공감대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회원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은 물론이다.
한국은 다년간 지재권 분야의 강국이었으며, 자국의 경험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지재권 시스템의 사용과 발전을 지원하여 왔다. 이러한 한국은 WIPO의 중요한 협력자이며, 21세기에도 지재권 시스템이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의 사회, 경제, 그리고 문화적 발전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