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中)고위층 잇단 비판 발언
대북(對北)관계 단절보다는 제3·4도발 막는데 주력할 듯
북한의 지하 핵실험 이후, 중국과 북한이 서로 강한 톤(tone)으로 비난하고 있다.북한 외무성이 지난달 29일 담화를 통해 유엔 안보리 제재 논의에 참여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에 아부, 추종한 세력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한 이후 양상은 더 격화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3일 자 사설에서 '배은망덕'이라는 말까지 거론하며 북한을 비판했다. 사설은 "중국의 수십만 지원군이 피를 흘리며 함께 싸운 덕분에 오늘의 북한이 있는 것"이라며 "국제적인 협의를 무시해가며 두 차례나 핵실험을 하고도 '피로 뭉친 우의(友誼)'를 언급할 수 있느냐" "핵실험은 양국 관계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핵실험으로 건물에 금이 가고 대피 소동을 빚은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에서도 반북(反北) 여론이 거세다. 중국 공군기의 국경 지역 초계 비행도 잦아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 ▲ 한·미, 북핵 해법 모색 이명박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북핵 대응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한 미 정부 대표단을 만나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 별대표,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 청와대 통역, 이 대통령,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 레비 재무부 차관./허영한 기자 younghan@chosun.com
그러나 이 같은 반북(反北) 여론이 양국 관계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북한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중국이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분석이 많다. 베이징에 있는 정법대(政法大)의 한 교수는 "2006년 핵실험 당시 중국은 '제멋대로'라는 말까지 써가며 이번보다 더 강도 높게 북한을 비판했지만, 양국 관계 자체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중국의 고민은 관계 재설정보다 어떻게 하면 제3, 제4의 도발을 막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강력한' 카드를 갖고 있다. 양국 물자교류의 핵심지역인 단둥(丹東)을 폐쇄하면, 북한은 당장 석유와 식량 부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1992~1996년에 사회주의 원조무역을 일반 국제무역관계로 바꾸는 과정에서 무역이 끊겼고, 2003년 북핵 위기 당시에도 미국의 요청으로 3일간 송유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카드를 쓰면 대북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중국 측의 고민이다.
따라서 반북 목소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반증(反證)한다. 중국은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주의적 물자 지원을 끊는 등의 극단적 수단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외교라인을 통해 한국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단둥과 훈춘(琿春)을 통한 양국 국경무역과 중국인의 북한 여행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 관계자는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당시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조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외교적 결단을 내렸지만 이번엔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당분간 북한을 다시 6자 회담으로 끌어들일 방책을 모색하면서 유엔 안보리의 제재 논의를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