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가덕도 거가대교 거대한 직육면체형 터널 18개 이어서 건설
터널 받침대 역할하는 자갈 뿌리기 기술 독자개발 오차범위 2.5㎝ 불과
부산 가덕도에 올라 남서쪽 거제도를 바라보면 저 멀리 바다 위에 높이 100m의 기둥이 띄엄띄엄 보인다. 경남의 거제도와 부산의 가덕도를 이어 주는 길이 8.2㎞ 거가대교를 짓기 위한 교량이다. 하지만 가덕도 근처에서는 기둥이 통 안 보인다. 13일 현재 72%의 공정 진척률을 보여 내년 말 완공 예정이라는데 왜 가덕도 근처에선 공사하지 않는 것일까. 이유는 이곳에서는 다리가 바닷속 수십m 아래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바닷 속을 통과하는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는 것이다.◆경제와 안보 두 마리 토끼 잡은 해저 다리
1996년 대우건설 기술진은 딜레마에 빠졌다. 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거가대교를 건설하기로 했지만 국방부에서 반대하고 나선 것이었다. 이웃한진해항에서 출항 한 군함이 통과하는 데 거가대교의 교량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엄청난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되는 거가대교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대우건설은 이 문제를 바닷속 고속도로로 해결하기로 했다. 군함 통과에 필요한 구간은 중간에 있는 중죽도와 가덕도 사이. 이 구간 3.7㎞ 도로를 튜브형 콘크리트 터널로 만들어 바다 밑에 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바닷속 고속도로 기술은 차량이 지나다니는 구조물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서(沈), 해저에 묻는다는(埋) 뜻으로 '침매(沈埋)' 공법이라 한다. 침매 공법은 덴마크, 네덜란드 등에서도 시공된 적이 있으나 거가대교처럼 수심 48m까지 깊은 곳에 건설되지는 않았다.
해저 고속도로는 길이 180m, 가로 26.5m, 세로 9.75m, 무게 4만7000t에 이르는 거대한 직육면체형 터널을 18개 이어서 건설한다. 13일 현재까지 10개 터널이 바다 밑에 놓여 연결됐다.
- ▲ 부산의 가덕도와 경남의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는 일부 구간이 해저 고속도로로 건설된다. 가덕도에서 출발하는 거가대교의 입구는 일반 다리처럼 하늘로 향하지 않고 오히려 땅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을 겉으로 보면 다리가 중간에서 끊어져 보인다. 거가 대교 완공 후 해저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의 모습을 상상해서 그렸다./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은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사용해 2.5㎝ 오차 범위의 정밀도로 자갈을 뿌렸다. 대우건설 조봉현 부장은 "해저에 자갈을 뿌리는 기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네덜란드만 보유하고 있는데 기술 이전이나 장비 대여에 난색을 표해 우리가 1년여 만에 독자 개발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번 기술 개발로 해저 터널 공사에서 선두 주자로 도약하게 됐으며 방파제나 항만 공사에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공사의 장애물인 수압을 활용한다
또 다른 기술적 난관은 터널과 터널을 서로 연결하는 과정. 터널은 강철벽 주위를 콘크리트로 둘러싼 구조다. 두께가 1.3m나 돼 터널 자체에 물이 스며들 염려는 없지만 터널 간 연결구간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바다 밑의 수압은 대기압의 최대 5배나 돼 미세한 틈이 큰 사고를 촉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 자갈을‘ㄹ’자 형태로 정교하게 해저면 위에 뿌리면 그 위에 터널을 놓게 된다./대우건설 제공
기술진은 공사의 최대 걸림돌인 수압을 역이용했다. 바다로 입수되는 터널 내부는 차량이 달리기 위해 비어 있으면서 양끝은 도넛처럼 가운데가 빈 고무를 부착시켰다. 고무 내부를 대우건설 엔지니어들은 물로 채웠다. 마지막으로 고무가 부착된 터널 양쪽 입구를 철 구조물로 메워서 밀봉 작업을 마친다.
터널을 바닷속으로 가라앉혀서 먼저 내려가 있는 터널에 접근시킨다. 터널이 서로 연결되면 터널을 막고 있던 철 구조물을 없앤다. 이후로 고무를 채우고 있던 물을 펌프를 이용해 외부로 내 보낸다. 이렇게 하면 터널 간 연결 부위에는 공기만 남아서 압력이 주위보다 크게 낮아진다. 이 상태에서 외부의 수압이 강하게 터널들을 밀어 밀착시킨다. 밀착시키는 힘은 3000~4000t에 달한다.
대우건설 김태수 과장은 "왕복 4차선의 해저 고속도로를 가진 거가대교가 완성되면 40분 만에 부산에서 거제도로 갈 수 있게 된다"면서 "원활한 운송으로 연간 4000억원의 물류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