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인권 강조한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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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북한의 최근 행태는 국제사회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도발의 극치로 치닫고 있다. 인공위성을 가장한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가 하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핵실험을 단행했다. 게다가 2002년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핵무기 양산체제에 돌입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그동안 “있지도 않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미국이 조작해 북한을 궁지로 몰고 있다”고 북한을 적극 엄호해 온 국내 일각 인사들의 고개를 못 들게 만들었다. 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대통령을 삼류 깡패들이나 사용하는 언어로 하루가 멀다 하고 비방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과거 행동패턴 버리라” 北에 경고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내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바로 “북한의 과거 행동 패턴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한 점이다. 북한은 핵개발이 들통 나면 과거의 핵 활동은 덮어두는 조건으로 협상을 하고, 핵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동결’하는 정치·경제적 대가를 챙기는 합의를 하고는 뒤돌아서서 이를 위반한다. 그러다 위반 사실이 발각되면 또다시 그 이전까지의 행위에 대한 ‘검증’을 거부하고 핵 활동을 동결하는 대가를 챙기는 협상을 한다. 제네바합의가 그랬고 2·13합의가 그러했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메시지는 북한의 이러한 잘못된 행동을 더는 받아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행동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해답은 미국이 북한 핵 포기를 향한 의지를 ‘검증 가능한 형태로’ 중국에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중국이 국제평화를 위해 미국과 함께 노력하는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responsible stakeholder)’라면 북핵 포기를 위해 지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내용을 가장 집약적으로 담아낸 것이 바로 ‘동맹 미래비전’이다. 한미동맹을 한반도 차원을 넘어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고, 기존의 군사동맹을 통해 축적된 협력관계를 정치·경제·문화적 영역으로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2008년 4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간의 합의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더욱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한반도 통일’과 ‘북한 인권’을 언급한 점이다. “우리는 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한반도의 모든 사람을 위한 더욱 나은 미래를 건설해 나갈 것을 지향한다”고 한 것은 신선함을 넘어 비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북한이 현재 전대미문의 시대착오적인 ‘3대 후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의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존중 언급, 새 對北접근 예고
그동안 미국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명시적으로 자신의 방침을 언급하는 것을 자제해 왔다. “북한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다”고 한 점도 한미 양국의 새로운 대북 접근을 암시하고 있다.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를 상위에 두는 것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복리, 즉 ‘인간안보’를 최하위에 두는 북한 정권에 대한 한미 양국의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통일한국의 모습은 대한민국이 현재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국제사회가 예측한다.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국제규범을 지키면서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국제사회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러한 철학적 기초 위에 양국이 치밀하게 준비한 성공적 결과물이었다.
김성한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
ksungha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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