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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맥 찾아 삼만리… "척보면 딱"

화이트보스 2009. 6. 24. 10:24

광맥 찾아 삼만리… "척보면 딱"

 

입력 : 2009.06.24 03:30

손길상 광물자원공사 부장 31년간 광물탐사 외길
알아낸 석탄만 수천만t "산(山) 헤매다 간첩 오인도"

"지난 30여년간 땅속 광맥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습니다. 이제 땅 위의 바위·돌만 보면 그 수백~수천m 아래 어떤 광물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한국광물자원공사 손길상(57) 탐사사업실 부장은 31년간 광물 탐사의 한 길만 걸어온 베테랑 '광맥잡이'. 1978년 경북대 지질학과를 졸업한 뒤 석탄공사와 광물공사에서 줄곧 자원개발·탐사 분야 일을 했다. 70년대 후반 이후 발견된 광구 대부분이 그의 손을 거쳤다.

"국내·외에서 찾아낸 석탄 광구만 1000건, 양으로 따지면 수천만t에 달합니다. 석회석 광구는 그보다 훨씬 많아서 총 수십억t은 될 겁니다. 국내 탄광·산악지역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밀림지역, 중국과 남미, 남태평양 심해저 광구까지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손 부장은 탐사 정확도가 높기로도 유명하다. 땅을 파보지 않아도 지하 몇 백m에 어떤 광물이 얼마나 있는지 99% 맞힐 수 있다. 예측 오차가 5m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같은 정확도를 바탕으로 해외 자원업체들이 광물 매장량을 '뻥튀기'한 것을 수십 건이나 '적발'해 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손길상 부장이 깊은 산속에서 흙과 돌의 성분을 조사하고 있다. 손 부장은 이런 조사로 수많은 지하자원을 찾아냈다./한국광물자원공사 제공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철저한 과학적 검증과 발품의 결과"라고 했다. "광맥 탐사는 '감(感)'이 통하질 않아요. 주변의 모든 능선과 계곡을 직접 발로 밟으면서 돌 하나하나를 캐본 뒤 지층, 바위 모양과 성분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작은 해머와 도면만 들고 산과 정글, 지하 갱도를 누비다 보니 다치거나 길을 잃는 일도 다반사. 79년 강원도 은성광업소에서 지하 갱도를 탐사하다 메탄가스에 질식돼 목숨을 잃을 뻔했고, 97년엔 혼자 인도네시아 밀림 지역을 탐사하다 길을 잃어 며칠 만에 겨우 살아 돌아왔다. "산에서 굴러 떨어지고, 거머리 때문에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거나 땅벌에 쏘여 병원 신세를 진 일도 많아요. 80년대에는 간첩으로 몰려서 경찰서에도 여러 번 끌려갔어요. 연중 200일 이상을 산에서 살다 보니 이젠 웬만한 산악인보다 산을 더 잘 탑니다."

손 부장에게 "그렇게 힘든 일을 왜 하느냐"고 물었다. "땅속 수백m에서 광맥을 찾아낼 때 기쁨은 아무도 모릅니다. 광물탐사의 1인자가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동안 찾아낸 광구를 돈으로 따지면 엄청나지만, 거기엔 관심이 없어요."

손 부장은 후학 양성에도 열심이다. 지금까지 그가 키워낸 탐사 전문가만 100명에 달한다. 요즘은 서울대에 강의를 나가면서, 현장 탐사기법을 학문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그는 이미 현장을 떠났을 나이지만, 이달 중순에도 몽골 동부 초원지대에서 몰리브덴 광구를 탐사했다. "생전 처음 가보는 황무지를 걷고 달리며 돌 조각만 찾아다녔습니다. 고생한 끝에 경제성이 있는 광구를 찾아냈고 곧 정밀 탐사와 시추에 들어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