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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과소비 잡지 않고는 한국 경제 미래가 없다기사 100자평(4)

화이트보스 2009. 6. 29. 10:19

에너지 과소비 잡지 않고는 한국 경제 미래가 없다

입력 : 2009.06.28 22:21 / 수정 : 2009.06.28 23:18

정부가 전기요금은 평균 3.9%, 도시가스(LNG) 요금은 7.9% 올렸다. 작년부터 유연탄·천연가스 값이 크게 올라 한국전력이 지난해 2조9000억원 적자를 낼 만큼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5조원 미수금이 쌓여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정부는 특정 부문에 정책적으로 전기·가스를 싸게 공급해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던 문제에도 손을 댔다. 전기요금의 경우 가정용은 올리지 않고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온 산업용·교육용·가로등용 전기요금을 6.5~6.9% 올렸다. 도시가스 역시 주택용은 5.1%, 산업용은 9.8% 인상해 산업용 요금을 더 올렸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는 세계 13위이면서 에너지소비 11위, 석유소비 7위인 에너지 다(多)소비 국가다. 작년 에너지 수입액은 1415억달러로 전체 수입액 4353억달러의 32.5%를 차지했다. 국제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95달러를 넘어서면 곧바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낼 정도로 국제 에너지 가격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냉·난방을 펑펑 틀어대며 여름엔 긴팔 옷, 겨울엔 반팔 옷차림으로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도로를 메우고 있는 차량의 60%는 운전자 혼자뿐인 '나 홀로' 승용차다. 일본이탈리아는 소형차 판매비율이 60%를 넘지만 우리는 27%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가정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해마다 3.9%씩 늘었다. 반면 미국은 1.6%, 영국은 0.9%, 일본은 0.2%씩 줄었다.

근본 이유는 우리 에너지 값이 싸다는 데 있다. 작년 기준으로 주택용, 산업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의 44.5%, 49.6%에 불과하다. 지난해 유가가 크게 오르자 농촌에선 비닐하우스 기름난방을 전기난방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농업용 전기요금이 원가의 절반도 안 될 만큼 싸기 때문이다. 1000kcal당 도시가스 요금도 일본은 157원인데 우리는 그 40%인 64원이다. 에너지 값이 싸다 보니 국민과 기업들이 에너지를 아끼고자 하는 마음이 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번에 원가를 반영해 전기·가스 요금을 올리고 왜곡된 가격구조를 일부 바로잡았지만, 농업용 전기요금은 손대지 않은 것을 비롯해 숙제가 많다. 국민과 기업들에 이런 변화가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를 싼값에 물 쓰듯 하며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저(低)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에너지 과소비를 바로잡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미래를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