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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세 김 과장, 몸 속 들여다보니

화이트보스 2009. 6. 30. 18:26

37세 김 과장, 몸 속 들여다보니

헤럴드경제 | 입력 2009.06.30 10:59 |

오늘도 직장인 김형선(가명ㆍ37) 씨는 출근과 동시에 요동치는 속을 커피 한 잔으로 달래고 있다. 전날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에서 먹은 삼겹살과 폭탄주가 뱃속에서 맴도는 듯해 머리가 멍하다. 아침식사는 당연히 건너뛰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점심시간, 햄이 듬뿍 든 부대찌개에 밥 한 공기 반을 해치우고 나니 속이 풀리는 듯하다. 활기찬 오후업무를 마치고 오랜만에 회식 없는 저녁을 맞은 형선 씨. 동료와 탕수육, 자장면에 반주 한 잔으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귀가한다. 곧 뱃속에선 자장면에 감긴 탕수육이 몽롱한 잠의 향연을 만든다. 형선 씨의 하루는 이렇게 저물어 간다.

잦은 술자리, 고기 위주의 서구식 식단, 아침 거르는 습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비단 형선 씨의 일상만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 30~40대 직장인이라면 거의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는 패턴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강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직장생활 9년 차 형선 씨의 건강분석을 통해 진단해 봤다.

9년 간 아침결식에 폭식 결과는…비만에 지방간


먼저 형선 씨의 영양상태를 진단받았다. 형선 씨의 식생활 패턴은 아침식사는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점심과 저녁 식사량이 많고 간식과 야식이 일상화돼 있다. 삼겹살에 폭탄주를 돌리는 회식자리도 주 2회 이상 갖는다(표 참조). 형선 씨의 식단을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에 분석ㆍ의뢰한 결과, 일일 섭취열량이 3500~5000kcal에 달할 정도로 영양과다 섭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탄수화물과 지방 위주의 식단으로 비타민 C, 마그네슘, 칼슘 등의 미네랄 공급이 절대 부족한 영양불균형 상태였다. 임 교수는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침결식으로 보인다"면서 "아침결식이 폭식을 유발시키고 간식과 야식 등으로 연결되면 체지방 합성을 가속화 시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직장생활 9년 동안 줄곧 이 같은 식생활을 유지했던 형선 씨. 실제로 몸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나로 의료재단에서 체성분 검사를 실시한 결과, 키 169.1cm에 몸무게 73.5kg의 형선 씨는 비만도(신체질량지수ㆍBMI)가 25.7(표준범위 20~24), 체지방률 24.8%(18.5~23.0)으로 '경도비만'에 속했다. 또한 복부지방률도 0.90%로 표준범위(0.75~0.85)를 넘어서고 있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선 경증 지방간에 B형 간염 항체도 미약한 상태로 형선 씨의 건강에 '노란색' 경고등이 켜져 있었던 것이다.

기혈순환 원활하지 않아 탈모 진행



한의학적 진단검사에서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정지행 한의원에서 적외선 체열 측정 결과, 얼굴과 목은 열감이 나타나는 주황색으로 뒤덮였고 상대적으로 배꼽 위 복부는 푸른색을 띄었다.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열을 조절한다고 보는데 신장기능이 약해지면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손발과 복부는 차고 머리의 온도는 올라간다. 형선 씨의 경우가 전형적이다.

형선 씨는 머리의 열감과 스트레스로 앞머리에 M자형 탈모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지행 원장은 "30대 남성은 '아직 젊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건강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고혈압과 당뇨병 등 성인병이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진단했다. 또한 정 원장은 "아침을 거르고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은 남성의 생식력에도 부정적인 영양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형선 씨에게 내려진 시급한 처방은 식생활 개선. 세 끼를 채식을 곁들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으로 하되 양을 반으로 줄이고, 간식과 야식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었다. 더불어 회식 자리의 술, 반주를 곁들이는 습관도 끊어 보기로 했다. 형선 씨는 "야식 대신 밖으로 나가서 뛰고 아침식사를 조금씩 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면서 "배만 조금 나왔을 뿐 건강을 자신했는데 이번 검진으로 생활 전반의 습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움말: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ㆍ정지행 한의원ㆍ하나로 의료재단)
유지현 기자( prodigy@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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