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의 고가 면세품 구입 등을 폭로한 것에 대해 정보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청문회에서 천 전 후보자가 서울 신사동의 고급 아파트를 살 때 15억원을 빌렸던 건설업자 박모씨와 2004년과 2008년 해외 동반 골프여행을 했고, 천 전 후보자의 부인이 면세점에서 3000달러짜리 명품 핸드백을 구입한 사실 등을 폭로했다. 천 전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박씨와 함께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청문회 다음날인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며 내정을 철회했다. 검찰은 천 전 후보자가 사퇴한 지 이틀 만인 16일 관세청에 수사관들을 보내 면세점 자료 유출 경위를 조사했다. 검찰총장 후보자가 부적절한 처신과 국회 청문회 거짓 답변이 문제가 돼 중도 사퇴하자, 검찰이 곧바로 문제의 자료가 공개된 경위를 밝히겠다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보복 차원의 수사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개인 정보가 담긴 국가기관의 자료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흘러다니고 마구 폭로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경중(輕重)과 우선순위가 있다. 검찰이 유출 경위를 캐겠다고 달려든 그 정보가 없었다면 천 전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은 그대로 묻혀버렸을 것이다. 불법적인 정보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검찰이 뒷돈을 대주는 스폰서들과 공생해 온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털어버리는 게 더 급하다. 검찰은 그간 일반 국민의 신상 보호에 적극적이었다는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런 검찰이 검찰총장 후보자의 사퇴를 가져온 정보 유출에 관해서만 유독 '사생활 보호'를 외치고 나선 것을 곱게 봐 줄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검찰이 독자적 판단에 따라 이번 수사를 시작한 것이라면, 검찰이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만일 검찰이 청와대 등 여권 핵심과의 어떤 교감 아래 벌인 일이라면, 인사 검증에 실패한 사람들이 되레 화풀이를 하려 한다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여권(與圈) 안팎에선 국가기관이 보유한 개인 정보들이 야당에 비밀리에 건네지는 것을 방치할 경우 공직 기강이 무너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조만간 후임 검찰총장 인사가 있을 것이고, 다음달 초쯤 대규모 개각이 예고돼 있다. 이번 수사가 앞으로 임명될 고위직 인사 후보자에 대한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틀어막기 위한 것이라면 이 역시 선후(先後)가 바뀐 잘못된 발상이다.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부적절한 처신을 해 온 후보자들을 고위 공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일의 순서다.
검찰, 지금 '박지원 의원 정보 출처' 조사할 땐가
입력 : 2009.07.19 22:21 / 수정 : 2009.07.19 23:29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 전 대통령 "한국은 여전히 보수의 나라" 유고서 밝혀 (0) | 2009.07.20 |
---|---|
갑작스러운 국지성 집중호우는 왜 발생하나 (0) | 2009.07.20 |
우주로켓 '나로호' 사령탑,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 (0) | 2009.07.20 |
정치는 4류, 관료는 3류, 그리고 경제는 15위 (0) | 2009.07.20 |
죽음도 넘어선 산사람들의 뜨거운 우정 (0) | 2009.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