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백두산

백두산 종주 트래킹 ③

화이트보스 2009. 7. 20. 17:30

백두산 종주 트래킹 ③   2008/08/25 08:39 추천 1    스크랩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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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산 종주 트래킹 (서파 → 북파)....계속

 

 

중국쪽 최고봉인 백운봉(2,691m)... 가장 힘든 오르막 구간이다.

1시간 30분을 직선으로 오르는것은 아니고 몇 구간으로 나누어 첫구간은 풀밭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바위가 가득한 암석지대를 한참을 오르면 마침내 능선에 올라서서 약간 수평으로 이동하는 코스가 이어진후에야  비로소 휴식을 취하게 되는데 선두와 후미를 벌려놓고 중간에 나홀로 묵묵히 걸어 올라갔다.

 

하늘엔 구름그림자가 햇볕을 가려주어 뜨겁지도 않고 건들건들 불어주는 바람이 시원하기까지 하다.

외륜봉 바깥쪽에서 뭉게구름처럼 안개들이 피어올라 사방을 뒤덮으면 순식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무섭기까지 하지만 일순 한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깨끗하게 걷히면서 시야가 탁- 트이는것이 그렇게 멋질수가 없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에는 피로가 쌓이고 부하가 걸려 젖산이 쌓이면서 점점 더 무거워지지만 이번 기회에 반드시 성공적인 완주를 기록하리라는 다짐으로 중간휴식없이 백운봉까지 단숨에 내 닫는다.

 

백두산은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는 험산(險山)이 아니라 전체적으로는 커다랗고 완만한 구릉처럼 보이며, 마치 제주의 오름과도 같은 풀밭과 야생화들이 이어지고 산위로는 뭉게구름이 흘러가며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신비한 天池가 항상 우리를 반겨주니 힘들고 지쳐도 늘 설레임으로 뛰는 가슴과 샘솟는 힘찬 기상으로 10시간의 트래킹도 전혀 힘들지 않다.

 

발아래로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것처럼 드넓은 풀밭이 펼쳐지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모를 키작은 야생화들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내게 끝없이 속삭이는가 하면 우리가 걸어가는 등산로는 때로는 풀밭으로, 때로는 능선을 따라, 때로는 아슬아슬한 절벽의 끄트러미 칼끝으로 끝없이 이어지면서 백두산 천지를 완전하게 돌아보게 해 준다.

 

<백두산 트래킹은 고산험봉(高山險峰)만을 걷는것은 아니다... 때로는 안개 자욱한 풀밭길도 지나거나....>

 

<때로는 칼끝같은 봉우리를 넘어....>

 

<때로는 아담한 구릉에 오르거나....>

 

<때로는 푸른 초장(草場)을 지나기도 한다....>


또한 하루종일 천지 호숫가를 따라 걷는 트래킹은 시시각각으로 다른모습의 천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비록 물가로 내려 갈 수는 없지만 天池의 물빛은 시리도록 푸른 옥빛으로 서늘하게 말없이 우리를 바라본다.

너무나 조용하고 사방이 고요하여 때로는 선듯한 무서움도 느껴지지만 백두산 천지는 너무나 아름답다.

외륜에서 만들어진 안개구름이 봉우리를 넘어 천지를 뒤덮었다가 다시 흩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천지의 모습.....>










비록 호수 건너편 북한 땅은 쥐죽은듯 조용하고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뚝 솟은 장군봉(2,749m)이 듬직해보이는것은 저 봉우리가 명실상부한 백두산이기 때문이리라.....

내 언제고 남쪽에서 북한땅을 통하여 백두산에 올라 남파 →서파→북파→동파까지 완벽한 외륜(外輪) 일주를 하리라...

 

선두 그룹은 저만큼 능선 하나를 앞서가고 후미는 아직 산 아래에 있다.

중간에서 나혼자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나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마침내 민족의 靈山에 올라 내 발로 열시간 가까이 백두산 절반의 땅덩어리, 봉우리들을 밟으며 걸어 가는 길.

갑자기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단조(minor key)로 변한다.

 

내가 걷는 이길.... 지금 이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

나의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을 지나 현재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며 반추해본다.

최근에 나에게 다가온 많은 어려움들... 건강문제, 가정문제, 사업문제들....

나와 또다른 나 둘이 함께 걷는다.   둘이 조용히 대화 한다.

신장(콩팥)의 아픔... 건강은 얼마나 허락될지???... 삶은 얼마나 이어질지???

 

짧지만 지나온 시간들, 살아온 지난날들이 떠오른다.

그동안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들...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쉬워하고 후회를 남긴 사람들.....

지금의 내 주변 사람들.... 부모 형제 친지 친구....

인연이 무언지?... 결국 인생이란 기나 긴 여행길에서 잠시 잠깐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가는게 아닐런지????

 

천지(天池)는 말없이 친구가 되어준다.

하늘은 맑기만 하지만 왼쪽(바깥쪽) 산아래에서는 안개구름이 뭉게뭉게....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능선을 넘어와 순식간에 천지를 가득 채운다.

갑자기 앞 뒤가 안보이고 가야할 길이 안보인다.

그러다 한줄기 바람에 또다시 순식간에 맑아지는 시야....

우리네 삶도 이런게 아닐까???

 

하늘을 우러러

  - 이처럼 살아있게 해주시고

  - 살아서 이곳에 오게 해주시고

  - 이곳에 와서 이렇게 백두산 천지를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해본다.

 

 

몇가지 바램들....  소원을 빌어본다.

건강하게 살아야지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렇게 백운봉을 오르기 시작한게 오후 1시 30분.... 

3시가 되어 백운봉에 올랐으며 이후 계속 이어지는 구불구불 오르고 내리는 트래킹 길을 5시간 남짓 혼자 걸었다.

때론 기쁨으로... 때론 슬픔으로... 때론 독백하면서~

 

 

5시 30분쯤.... 마지막 하산 길목에서 모두 모였다.

그곳에는 조선족 남자 2명이 텐트를 쳐놓고 매점도 운영하면서 달문으로 내려가는 길을 통제한다.

바로 달문으로 내려갈수도 있지만 등산로 경사가 급하고 마침 사태가 나서 막혀 있단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달문으로 내려가서 (1박2일 TV프로처럼 천지물에 손담그고...)

터널을 통해 기나 긴 계단길로 하산을 하다가 비룡(장백)폭포 아래에서 폭포 감상도 하고

마침내 북쪽 山門 (북문)으로 내려올텐데....

 

지난 8월 1일에 계단길 중간에 터널 윗쪽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단다.

북파쪽으로 올라오는 관광객들도 달문까지 가지 못하고 비룡폭포까지만 올라와보고 내려가니 달문에는 관광객들이 없다.

달문지역을 통째로 전세내어 입장료를 받은 사람이 한국인이라던데..... ㅎㅎ

 

우리는 달문으로 가지 못하니 하산길을 주차장 옆 능선을 타고 급하게 꺽어 내려갔다.

하산길 중간에 비룡(장백) 폭포를 바라 볼 수 있었다.

조금 거리가 있기는 하였지만 과연 장엄하고 멋진 폭포였다.

저 폭포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높이가 천지의 수면 높이와 같다고 하며 저렇게 끊임없이 물이 쏟아져도 수면 높이는 연중 변하지 않는것은 천지는 빗물을 담수하는 평범한 호수가 아니라 호수 아래 지하층으로부터 계속 용솟음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룡폭포..... 중국쪽에서는 장백폭포라 부른다.>





이렇게 하여 북파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끊길 시간이다.

다른 관광객들도 모두 내려가고 텅빈 주차장에는 우리가 타고 내려갈 버스만이 덩그마니 남아 있다.

마지막 일행이 도착하니 7시가 되어 출발... 버스기사에게 약간의 팁을 쥐어주어야 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7시에 호텔을 출발...

금강대협곡을 돌아보고 난후 서파를 오르기 시자한것이 9시 40분....

5호 경계비에서 천지 구경을 마치고 트래킹을 시작한것이 10시 30분....

북파 주차장에 도착, 트래킹을 마친것이 오후 6시 30분.....꼬박 8시간 트래킹이다.

서파 주차장을 올라간 시간부터 계산하면 약 9시간..... 하루 종일 걸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늘이 도와주시어 날씨는 쾌청하였고....

걱정하였던 일... 쥐가 난다던지~ 이런 저런 사소한 부상이나 어려움없이 일행들 모두가 완주~~~

 

그중에서도 나 혼자 걷는 약 5시간이 너무 행복했다.

아니 많이 슬펐다.

기쁘고 행복했지만 어쩐지 분위기는 고독하고 멜랑꼬리하였다.

 

백두산 천지는 너무나 크고 맑고 고요했다.... 괴기로울 정도로 한적했다....

그 넓은 산상(山上)에는 우리 일행들 뿐.... 그중에서도 긴 시간을 나는 혼자였다... 따로 또 같이 걷는 길....

내 인생을 반추해보는 시간... 나 자신과의 말없는 대화....

 

분명 우리땅... 우리 민족의 靈山을 중국을 통해서야 올라가 보는 현실....

중국으로 올라갈 수 있어 그나마 만나볼 수 있는 아이러니~~

비룡(장백)폭포도 중국쪽에 있어 내 눈으로 볼수 있다니.....북한쪽에 있었다면 못보았을 아쉬움...

 

내년은 더 힘들겠지.....하고 떠난 길....

맑은 천지를 못봐도 후회는 없다고 오른 산행길....

 

무사히 오르고

완벽하게 만난 길....그저 감사할뿐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하나........가슴에 담았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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