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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증시 '중화(中華) 천하(天下)'

화이트보스 2009. 7. 27. 10:38

아시아 증시 '중화(中華) 천하(天下)'

입력 : 2009.07.27 03:55

미(美) 따라가던 대만·홍콩·싱가포르 증시, 중(中) 따라 고공행진
중(中) 부양효과, 아(亞) 전체로 확산 글로벌 자금까지 중화권 몰려
"미(美) 회복 안되면 상승에 한계"

아시아 증시의 세력판도가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미국증시를 따라 움직이던 아시아 증시 중 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이른바 중화(中華)권 증시가 중국 증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중화권 증시는 올 들어 고공행진을 벌이며 아직도 작년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미국·유럽 증시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강력한 경기부양정책으로 큰 충격 없이 버틴 중국이 주변국들의 경기 회복을 견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문가들은 이들 중화권 증시에 '그레이터 차이나(Greater China)'란 용어를 갖다 붙이기도 한다. 중국의 경제적 영토가 더욱 확대됐다는 뜻이다. 중국(차이나)과 대만(타이완)의 밀월관계가 깊어지면서 '차이완(CHIWAN)'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선진국 비중은 줄여도 범(汎)중화권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미국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중화권 증시도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이터
◆중국을 필두로 상승하는 중화권 증시

연초 이후 지난 24일까지 미국 증시는 3.6%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과 글로벌 증시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온 홍콩 증시는 같은 기간에 39% 올랐다. 중국의 경기부양책으로 넘치는 유동성(流動性·자금)이 홍콩 증시로까지 흘러갔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홍콩증시 상장예정인 중국 시멘트 업체 베이징진위(BBMG) 공모주 청약에 약 75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중국 본토의 기관투자자들이 뛰어들면서 청약 경쟁률이 78대 1을 넘겼다.

중국증시는 올 들어 85.2% 올라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대만(51.9%)·싱가포르(43.8%) 역시 중국발 훈풍 속에 동반 상승했다. 특히 친(親)중국 성향의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권이 들어서면서 중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대만 증시의 경우 해외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나스닥(미국의 중소형 기술주 시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대만 증시 시가총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전자 업종은 주요 생산기지와 수출시장을 중국 본토로 삼고 있다.

이처럼 중화권 증시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몸처럼 움직이자, 지난 21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계 투자은행 HSBC의 수석 중국투자 전략가 말을 빌려 "중국 본토의 정책이 홍콩·대만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 지역을 '그레이터 차이나 블록(bloc)'으로 부를 만하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투자자금도 중화권 증시에 몰려

지난달 말 HSBC가 주요국 펀드매니저에게 설문을 한 결과 중국·홍콩·대만 등 범중화권이 가장 유망한 투자지역으로 꼽혔다.

세계 펀드 자금의 13%를 움직이는 12개 자산운용사의 대표급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결과라 이목을 끌었다. 조사대상 회사 네 곳 중 세 곳은 범중화권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중을 줄이겠다는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실제로 12개 자산운용사의 전체 펀드 잔고가 지난 1분기에 전분기보다 4% 넘게 줄었지만, 중국 펀드 규모는 오히려 1.3%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중 70%가 투자 비중을 줄이겠다고 대답한 일본 증시 상황과는 대조를 이뤘다. 유럽 주식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지난 1분기 22%에서 2분기에 36%로 늘었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팀장은 "미국·유럽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소비 부양 효과의 후광이 아시아 전체로 미치고 있다"며 "중화권 국가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증시 중화권에 반쯤 걸친 상태

대(對)중국 수출 종목 비중이 큰 한국 증시에도 중국의 성장은 호재다. IT경기가 꺾였지만 2007년 한국 증시가 2000을 넘길 수 있었던 배경에도 중국발 호재가 작용했다. 중화권 증시에 절반쯤 발을 걸쳐놓은 상태인 셈.

하지만 중화권 국가들이 배타적으로 뭉치게 되면 한국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게 되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작년 한 해 중국이 수입한 상위 50개 품목 중 무려 34개의 주요 공산품과 기초소재 품목에서 한국과 대만은 겹쳐 있다.

최근 한국 주가도 중국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이후 9.7%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싱가포르(31.9%)·홍콩(28.7%)·대만(16.4%) 등 중화권 증시들은 같은 기간 36.1% 오른 중국 증시와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미국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중국 힘만으로 전 세계 경제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이고, 결국은 아시아 증시도 다시 미국 증시와 함께 움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수출의 최종 소비자인 미국이 살아나지 않는다면 중국의 경기부양책도 마냥 지속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오태동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동아시아 증시의 회복은 절름발이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