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듐 압수, 동(銅)광산 개발중단 등 잇단 제재
진짜 화났다 핵개발에 불만 쌓여와
본심 아니다 체제 붕괴는 원하지않아 본격적 제재 나서기 어려워
'본격적 대북 압박'의 신호탄인가.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잇달아 취하고 있어 그 배경에 주변국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1874호가 채택된 이후에도 "제재가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던 중국이 마침내 '대북 제재 동참'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동참 여부는 대북 제재 성패의 핵심 키로 여겨져 왔다.
중국은 최근 단둥(丹東)을 통해 북한이 밀반입하려던 전략적 금속 바나듐(vanadium)을 압수했다. 또 중국 철강회사 '중광(重鑛)국제투자'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업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와 북한 내 동(銅)광산 개발에 나섰다가 관련 설비 공사의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경제대화를 통해 "결의안 1874호의 실행과 평화적 수단을 이용한 핵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합의를 발표하기 전후에 이행된 것이다.
- ▲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일까. 최근 중국이 잇달아 대북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자 제기되는 의문이다. 지난 1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경제기술협조협정 등을 맺고 박수 치고 있는 중국과 북한 정부 인사들./조선신보 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 더해 중국으로서도 국제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로 제재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현실을 계속 외면할 명분을 찾기 힘든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이태환 센터장은 "중국은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강력하게 압박을 넣을 생각은 없지만, 자기들도 찬성한 유엔 조치를 준수하는 수준에서는 국제사회의 입장을 고려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중 전략대화를 통해 중국은 일정수준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대신, 미국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식의 타협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편적인 조치들을 중국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의 변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에는 결단코 반대하지만, 북한을 압박하다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을 더 피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결국 안보리 결의 취지대로 전방위적·본격적 대북 제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또 중국은 섣불리 제재에 앞서 나갔다가 향후 미·북 양자대화로 국면이 전환될 경우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될 것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은 1차 핵실험 직후에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원칙적으로 대북 제재에 나섰지만, 곧바로 미·북이 따로 만나 대화를 갖고 결국 6자회담이 재개되면서 중간에서 어정쩡한 입장이 된 적이 있다. 이번에는 그런 상황을 되풀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은 전통적으로 정책변화가 매우 더디다"며 "지금도 내부적으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