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식이요법은 ⑥ 통풍이 걱정될 때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제왕병’. 과거 기름진 음식과 술을 즐기던 왕이나 귀족들이 많이 걸리던 질환이라고 해서 붙은 통풍의 별명이다. 그만큼 예방과 치료에 있어 식생활습관이 중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통풍이란 혈액 안에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체가 우리 몸의 여러 조직에 쌓여 생기는 병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할 만큼 극심한 통증(통풍발작)이 동반될 수 있다. 요산염 결정체가 관절 조직에 침착하면 통풍성 관절염이 나타날 수 있고, 콩팥에 침착되면 콩팥질환은 물론 요석이나 신장결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고연령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원인은 몸 안에서 요산이 많이 만들어지거나, 몸 밖으로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병 정도에 따라 혈액 내 요산 수치를 낮추는 약물이 치료에 사용될 수 있으며, 식사를 비롯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줄이고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요산은 우리 몸에서 핵산의 구성성분인 퓨린이라는 물질이 대사되면서 만들어지는데, 몸 안에서 대사되는 퓨린 중 3분의 2는 체내에서 생성된 것이다. 나머지 3분의 1 정도만이 식사를 통해 섭취되는 것이므로, 섭취한 퓨린의 양만이 통풍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근래 퓨린 섭취량과 통풍 발생 위험도 간에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따라서 통풍 예방을 위해 퓨린 함량이 많은 식품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혈액 내 요산 수치가 좀 높은 경우에는 퓨린이 많은 음식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저지방 유제품 섭취는 좋아
육류의 내장 부위(심장·간·지라·콩팥·뇌·혀 등)나, 곰국 등과 같이 진하게 우려낸 육즙, 등 푸른 생선(정어리·청어·멸치·고등어·가다랑어·참치 등), 가리비조개, 효모 등은 퓨린이 많이 함유된 대표적인 식품이다. 통풍 환자 가운데에서도 통증이 심한 경우(급성기)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등 푸른 생선을 제외한 생선류나 살코기, 일반 조개류 등은 퓨린 함량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많이 먹으면 퓨린 섭취량이 늘 수밖에 없다. 육류와 해산물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대체로 높더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요산 수치가 걱정될 경우 육류나 해산물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고, 단백질은 저지방 유제품이나 두부, 흰살 생선, 달걀 등으로 적당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저지방 우유나 탈지우유 등은 육류·해산물은 물론 콩에 비해서도 퓨린 함량이 낮다. 저지방 유제품을 적절히 섭취하는 사람들이 통풍의 위험이 적었다는 보고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콩류나 아스파라거스 등 일부 채소류는 퓨린이 많이 함유돼 있는데도 통풍 발생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통풍 위험이 낮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신선한 채소류는 퓨린 함량에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음료 등에 많이 들어 있는 과당성분은 많이 먹으면 통풍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 부족해도 증세 악화
요산을 생성하는 퓨린 섭취량을 줄이는 것만큼이나 몸 안의 요산을 많이 배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요산은 소변을 통해 배설되므로 하루 2L 이상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좋다.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거나 고온에 있는 경우에는 특히 수분 섭취가 부족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맥주와 같은 알코올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운동 후나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맥주로 갈증을 해결하는 경우가 흔한데, 혈액 내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들에겐 금기 사항이다. 과음은 통풍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다, 특히 맥주에는 퓨린이 많이, 그것도 우리 몸에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들어 있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매일 맥주 1캔을 마시면 통풍의 위험이 50%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맥주 외의 다른 술도 종류에 따라 통풍 발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는 하지만 총 알코올 섭취량이 많아지면 통풍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더욱이 술과 함께 먹는 음식들이 대부분 육류나 해산물이므로, 통풍환자나 통풍 위험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비만이나 과체중 역시 통풍의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따라서 체중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풍이 있는 사람이 체중을 줄이려고 금식을 하거나 격렬하게 운동을 하면, 오히려 혈중 요산 수치를 높이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한때 유행했던 황제 다이어트와 같이 밥·빵·국수·과일 등 탄수화물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도 통풍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금식 또는 지나친 절식으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면 혈액 내에 ‘케톤’이라는 물질이 많아져 케톤증이 유발될 수 있는데, 케톤증은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시에 체중감량을 하려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말고 전반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은미 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강북삼성병원 영양실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