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도쿄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일본 내부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아사히 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이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일본 정치권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평소에도 "(북핵에 대비해) 핵무기 문제도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해왔다.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 의원 중 상당수가 일본의 핵보유가 헌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견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총리가 대한민국 대통령 앞에서 일본의 핵무장을 발언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일본은 현재 50t가량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핵탄두 수천 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50㎏ 안팎으로 추정되는 북한 플루토늄 양의 1000배에 달한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은 1주일 이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은 4t에 달하는 탄두를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H2 로켓도 갖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이 핵무장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보유를 확실히 막아달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던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북한 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이라는 일본측의 핵무장 전제 조건이 언젠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중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북한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정권이 핵미사일을 도쿄에 겨누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결국 일본의 핵무장 추진이라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일어날 수 있다. 또 아무리 일본에 비해 국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생사기로에 선 대한민국이 두 손을 놓고 머리 위와 좌·우에서 핵폭탄이 깔리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지도 의문이다. 또 중국이란 거구에 깔려 호흡조차 하기 힘든 대만으로서도 국가 생존을 위한 새로운 탈출구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미·중 전략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핵무기 군비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북핵을 폐기시킬 수 있는 최종적인 힘은 중국만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지금처럼 북핵 폐기가 아니라 북한 정권의 붕괴 방지를 우선한다면, 동아시아 핵 군비경쟁이라는 중국 국익의 최대 피해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중국은 일본의 움직임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중국은 일본의 동태를 똑바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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