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동의보감 잔칫날, 재 뿌린 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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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극적인 발언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논평 중 일부분이다. 의협은 4일 논평을 통해 “동의보감은 말 그대로 세계의 기록 유물이지 첨단의학서가 아니다”며 “국가의 경사를 한의사들이 세력 확장을 위한 선전에 이용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며 문화유산과 과학을 구별하지 못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는 대한한의사협회가 1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는 내용의 ‘경축담화문’을 발표한 데 대한 반박이다.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한 것이지 한의학의 우수성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는 의협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의협의 성명 발표 이후 ‘남의 잔칫날에 재 뿌린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굳이 동의보감 등재를 폄하하는 성명을 발표해야 했는지 의협의 입장을 물어봤다. 좌훈정 의협 대변인은 “현재도 동의보감을 이용한 건강식품이나 민간치료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국민에게 과학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한의학이 서양 의학계에서도 통하려면 효능을 수치로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의협 주장대로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고 임상 증거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야 하는 단계다. 정부도 이번 국가적 경사를 계기로 동의보감을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만약 의사들이 서양 의학의 잣대로만 한의학을 재단한다면 한의학은 영원히 비과학으로 남겨질 것이다. 미국 철학자 토머스 쿤은 과학의 패러다임을 “과학사의 특정한 시기에는 전체 과학자 집단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모범적인 틀”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나 하나의 패러다임은 오류를 수정하며 발전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가 “초기 서양 의학에도 황당한 이론과 치료법이 많았지만 수백 년을 거쳐 발전을 거듭했다. 전통의학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은 후손의 몫”이라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현재 서양 의학에서도 침술, 추나요법 등 한의학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한의학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과학’으로만 치부하는 우리 의학계의 태도가 아쉬운 이유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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