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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북좌파가 국민을 청맹과니 만드는데 왜 반격을 못하나”

화이트보스 2009. 8. 10. 06:47

“친북좌파가 국민을 청맹과니 만드는데 왜 반격을 못하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 사내 학습모임인 ‘남북한 포럼’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강연하고 있다. 황 전 비서의 국내 언론사 방문 강연은 1997년 한국 입국 후 처음이다. 이종승 기자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는 7일 오후 2시 반부터 4시까지 약 1시간 반 동안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동아일보 사내 학습모임인 ‘남북한 포럼’ 소속 기자들을 상대로 강연했다. 황 전 비서는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대응전략의 필요성을 논리 정연하게 강조했다. 그는 “북한을 떠난 지 12년이 넘었고 한국 생활이 제한돼 해줄 얘기가 많지 않다”고 운을 뗐지만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을 대할 때 잊어서는 안 될 원칙과 북한 정권 내부의 진실 등에 대해 거침없이 말을 이어 갔다.》


[ 전략] 김정일과 담판해봐야 얻을것 없어… ‘핵포기땐 지원’ 제안은 독재 도울뿐

김정일 정권은 수백만 주민을 굶어 죽게 하고 온 나라를 감옥으로 만든 반역적인 정권이다. 많은 탈북자들을 해외에서 헤매다 죽게 만들었다. 역사상 그렇게 나쁜 일을 한 정권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이 반역적인 정권에 정신을 완전히 빼앗긴 채 무조건 따라가고 있다. 우리는 북한 주민을 미()해방지구의 우리 국민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들은 김정일 정권이 바뀌면 다 정신을 차릴 것이다.

김정일 정권은 반역적인 정권이지만 국제적으로 승인받은 정권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북한 정권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여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정일 정권과 싸워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김일성 주석 생전에도 좋건 나쁘건 북한은 자신들을 세계 여론에서 환기시키도록 하는 전략을 대외정책에서 가장 중요시했다. 바꿔 말하면 겉으로 북한 정권을 인정하는 듯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무시하는 것이 김정일을 가장 아프게 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 점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여전히 “김정일과 직접 담판하라, 김정일을 한번 만나면 해결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예를 들어 지난해 우리 금강산 관광객이 피살된 것에 대해 김정일 정권과 해결 방안을 논의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미국 내에서도 김정일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여론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심지어 “김정일의 권위를 높여주는 게 나쁠 게 뭐 있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 독재체제에서 김정일의 권위를 높여주는 것은 독재체제 유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일 뿐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사실만큼은 확고하게 얘기할 수 있다. 이 점을 모르면서 핵무기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어떤 나라의 외교관이든) 외교관 자격이 없는 것이다. 또 그런 점을 알면서 “핵무기를 포기하면 에너지 원조 등의 지원을 보장하겠다”는 것도 원칙에 맞지 않는다. 특히 세계 대국인 미국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핵무기만 포기하면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제안은 김정일의 권위를 높여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내부 전략] 이간질에 말린 남남갈등 ‘수치’… 정치가 못하면 언론이 바로잡아야
북한은 한국 국내에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를 이간시켜 왔고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따라서 북한 민주화를 위해서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국민들이 폭력 앞에 가만히 앉아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북한과 미국이 전쟁하면 북한 편에서 싸우겠다고 답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언론의 책임이 크다. 나는 한국에 올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 행정 사법의 3권 분립만으로 안 되며 제4권인 사상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상권은 권력이 아니지만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며 언론이 맡아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했다. 한국에 온 뒤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한 경제는 김정일 직속의 당에 25%, 군대에 50%가 집중된다. 실제 주민에게 돌아가는 경제는 25%에 불과하고 경제가 낙후되면 주민 경제의 비율은 더 줄어든다. 북한 주민들의 경제 수준은 여기와 100배 이상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청년들이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의 말을 듣게 하고 있는 것과 밤낮 저렇게 싸우는 것(남남 갈등)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국회에서 토의를 거부하고 폭력 시위를 지지하는 것도 정당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국회에서 난장판과 폭력으로 번지는 사안들을)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인식해 조금씩 양보하라는 논리를 종종 듣는다. 이해가 안 된다. 민주주의는 정의의 원칙이다. 무엇이 옳은지 분별해 결정하는 게 국회의 역할 아닌가. 이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사상, 금융, 시장, 남북관계의 위기 모두 정치가 책임져야 한다. 정치가 경제보다 낙후한 데서 오는 것이다.


[대남 도발] 이 자꾸 대남공격 위협하는건 오히려 전쟁을 안하겠다는 의미

많은 사람이 북한의 도발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가능성이 별로 없다. 과거 김정일은 거의 매일 술파티를 열었다. 혼자 저녁을 먹기 싫어해서 크고 작은 파티를 열었다. 파티 중에 김정일이 “군사분계선이 너무 조용해 재미가 없다. 좀 분주하게 만들라”고 말하면 군부와 대남사업 책임자들이 회의를 열어 군사분계선 이남의 초소를 공격하겠다고 보고한다. 김정일이 사인하면 그대로 집행된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허락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지만 그것은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상대방이 무방비 상태에 있을 때 불시에 공격하는 것이 전략의 기본이다. 진짜 공격할 때는 상대에게 공격한다고 알리지 않는다. 북한이 지금 자꾸 공격한다고 하는 것은 진짜 공격할 생각 없이 위협하는 것이다. 김정일 정권이 지금 전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북한의 이런 위협 전술은 1992년 동맹국인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면서 시작됐다.


[ 전략] 한중FTA하면 양국수교때처럼 에 큰 타격

김정일은 계속 중국을 욕해 왔다. 내가 “왜 자꾸 중국을 욕하느냐, 그러면 중국 정부 귀에 다 들어간다”고 말해도 김정일은 계속 욕했다. 김정일은 오히려 측근들한테는 미국 욕을 하는 법이 없었다. 자신이 중국을 욕해도 중국이 자신을 어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 간부들 중에서도 김정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중국은 북한에 미국 세력이 들어와 (중국의 다민족) 통합에 위협이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북한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북한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없다. 중국은 미국의 무력과 경제력을 그리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북한 뒤에는 한국 일본 미국이 있다. 중국이 북한을 내줄 경우 자신들의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국은 김정일이 말을 계속 안 들으니까 동맹관계는 계속하지만 사상적 동맹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중국은 1992년 한국과 수교할 때도 1년만 수교를 연기해 달라는 김일성의 요구를 국가적 이해관계를 앞세워 거부했다. 이전에도 중국은 북한에 “북침전쟁에도 가만있지 않겠지만 남침전쟁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중국 북한을 둘러싼 관계에서도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은 실질적 이익을 거둘 수 있다면 김정일 정권을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북한 정권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국제 공조] “폭력쓰면 6자회담 나올 자격없다” 압박을

손자병법에서 가장 잘 싸우는 전략은 벌모()다. 적의 모략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벌교()로 적을 고립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가 벌병()이다. 북한을 상대하는 데도 제일 중요한 것은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생명력을 공격한 뒤 북한이 국제사회의 협조를 얻지 못하도록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 1000개, 1만 개를 보유해도 사용하지 못한다. 6자회담에도 이런 공조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면 어떤 대가를 주겠다는 식의 협상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는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올 자격이 없다고 압박해야 김정일 정권이 긴장한다.

북한 같은 작은 나라라고 핵무기를 못 가지라는 법은 없다. 지금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하라는 논리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두려워하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북한은 불량국가로 낙인찍혔지만 100여 개 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대량살상무기를 만든 흔적이 있다고 위협하는 방식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다. 따라서 여러 나라가 협력해 동아시아에서 폭력을 절대로 쓰지 못하게 하고 평화를 공고히 유지하는 질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원칙에는 반대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 문제부터 해결이 돼야 북한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정리=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황장엽 씨는 누구:

1923년 1월 23일 평안남도 강동에서 태어났다.

평양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 야간 전문부 법과를 다닌 뒤 1946년 노동당에 입당했다.

1958년 1월 김일성 주석의 이론서기라는 직책으로 당 서기실에서 일을 시작해 당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을 관리하면서 김 주석을 직접 보좌했다.

김일성종합대 총장, 최고인민회의 의장, 당 국제담당 비서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김일성 사상’과 ‘수령 절대주의 사상’으로 왜곡하는 과정과

1990년대 경제난 당시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광경을 지켜보고

북한 사회주의 체제를 등졌다. 1997년 2월 12일 중국 베이징()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에 망명했다.

이후 자신의 ‘인간중심철학’을 체계화하는 한편 2005년부터 북한민주화위원회(www.cdnk.co.kr) 위원장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