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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북(對北) 태도 아쉬워" "국민 불쌍해 눈물이 난다"

화이트보스 2009. 8. 22. 06:54

오바마 대북(對北) 태도 아쉬워" "국민 불쌍해 눈물이 난다"

 

입력 : 2009.08.22 03:01

김(金) 전(前)대통령 마지막 일기 공개
현실정치에 강렬한 관심 85년 인생 자부심 묻어나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경제 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 (2009년 4월 27일 일기 중)

21일 공개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는 현실정치에 대한 그의 강렬한 관심과 사명감을 재확인시켰다. 나빠지는 건강 속에서도 국내·외 정세에 대한 비판의식, 85년 인생역정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묻어났다. 김 전 대통령측은 올해 1~6월의 일기 중 30여일 분을 엮어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는 제목의 책자 2만6000여부로 제작, 전국 분향소에 배포했다.

국내정치와 북한문제

김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부터 서거에 이르기까지 안타까움과 분노를 꼼꼼히 기록했다. 수사가 본격화되던 4월 18일자 일기에서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서거일인 5월 23일은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중략)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돼 있다. 영결식인 5월 29일은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썼다.

김대중 전 대통령측은 21일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제목의 책자 2만6000여부를 만들어 배포했 다. 책자에 담겨진 김 전 대통령의 육필 일기 중 일부./연합뉴스
DJ는 이에 앞서서도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밟는다"(1월 16일) "네티즌들의 '(날더러) 다시 한 번 대통령 해 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는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1월 17일)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3월 18일)며 현 정부를 겨냥한 듯한 기록을 남겼다.

DJ는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한 5월 25일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관계개선을 위한)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이런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DJ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2월 20일), 보즈워스 북핵 특사(3월 10일), 빌 클린턴 전 대통령(5월 18일) 등 미국 주요인사들이 방한 중 자신과 만나거나 연락한 일을 기록,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건강·가족 등 일상

DJ는 육신의 고통도 가감 없이 기록했다. "10시간 동안 세배 받았다. 몹시 피곤했다"(1월 1일)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3월 18일)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5월 20일)고 적었다.

이희호 여사에 대한 애틋한 마음, 삶에 대한 찬미도 빠지지 않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1월 11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2월 7일)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마당의 진달래와 연대 뒷동산의 진달래가 이미 졌다. 지금 우리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5월 1일)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5월 2일)고 했다.

마지막 생일이었던 1월 6일엔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화해의 길을 열었다"며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썼다. 다음 날 쓴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짧은 일기는 책자 제목이 됐다.김 전 대통령측은 미공개 부분에 대해 "너무 사적이거나 국장을 치르는 시점에서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마무리작업 중인 자서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