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첨단기술 장벽 뛰어넘기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이 40여년 전 '지구촌(global village)'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래, 세계 각국은 상호 간의 물적·인적·문화적 자원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지구 온난화 같은 범세계적인 문제에서는 국제적인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미래가 걸려 있는 최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일관된 원칙하에 협력이 이루어진다. 특히 기술선진국들은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술패권 지위의 쇠락을 막기 위해 그들만의 메이저리그를 형성하여 마이너리그로 분류된 국가들을 철저히 배제시키고 있어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국가의 존망을 결정할 만큼 파급 효과가 큰 최첨단 8개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통한 과학·기술 블록을 형성하여 세계를 주도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였다. 또 미국과 유럽, 일본은 INC라는 협의체를 조직하여 그들만의 나노전자소자기술 장벽을 높여가기 위한 전략적인 협력체계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INC4와 INC5에 초청연사로 참가했던 필자는 우리나라 역시 협의체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기술력은 메이저가 아닌 주변국으로 홀대를 받았고 답변 역시 묵묵부답이다.
우리가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줄 것도, 매력도 없는 것인가? 지난 5월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의 '과학기술·연구개발의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수준이 미국과 일본에 한참 뒤져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에도 뒤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기술후발국들은 어느새 우리나라가 담당하던 미디엄 테크 분야에서 우리를 따라잡고 있다. 특히 중국은 엄청난 시장과 우수인력을 미끼로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기술선진국들을 유혹하고 있어 하이테크 분야에서조차도 중국에 밀리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
필자는 모든 과학기술의 기반기술이자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할 나노기술에서 우리의 희망을 찾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2008년 나노기술 분야의 SCI 논문발표 수에 있어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랐다. 해외 컨설팅사인 럭스사도 2007년 1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나노기술 분야의 경쟁력이 미국과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에 달한다고 평가해 나노기술분야의 기술적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수 있을까?
첫째,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 기술들을 더욱더 강화하여 세계를 매료시키는 대한민국 브랜드 기술들로 발전시켜야 한다. 2015년 경 전 세계 나노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노전자소자 및 메모리 등은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의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 강점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집중투자 하여 세계를 리드함으로써 기술선진국들이 우리에게 먼저 협력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뛰어난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전 세계적으로 기술인력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 이를 과학기술자들만의 몫으로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미국의 각계각층에 포진해 있는 중국인들이 형성하고 있는 네트워크가 향후 중국사회를 막강하게 할 자원으로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음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셋째, 세계를 리드할 핵심 첨단기술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술선진국들과의 군사적·외교적 협력체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전략적 외교관계도 강화해야 한다. 기술선진국들이 우리에게 문호를 활짝 열 수 있도록 현장의 과학기술자들과 과학기술 관련 부처들이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계최고의 기술이라 할지라도 더 이상 혼자만의 기술은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음을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문화 > 사회 ,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맥은 정보이자 경쟁력 (0) | 2009.09.08 |
---|---|
명함 10만장 관리하는 '마당발의 지존' (0) | 2009.09.08 |
'세금 폭탄' 인천공항철도… 국민 부담 29조원 (0) | 2009.09.08 |
[사설] 댐 수문(水門) 연다 전화 한 통화 안 한 북(北) (0) | 2009.09.07 |
나라 기강을 세우는 일이 급하다 (0) | 2009.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