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각오와 코치의 치밀함, 협회의 정성이 가져온 영광” |
입력: 2009.09.28 00:00 |
열악한 환경 딛고 열심히 연습해준 선수들 고마울뿐 유준상 회장·300만 동호인과 올림픽종목 채택 주력 아마권투 출신…건설회사 운영하며 협회·선수 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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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합 우승을 차지한 한국 인라인 롤러 대표팀이 27일 귀국했다. 지난 24일 중국 하이닝 롤러파크에서 열린 2009 세계롤러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15개와 은메달 15개, 동메달 9개를 확보해 세계의 정상에 올랐다. 콜롬비아의 맹추격을 물리치고 우승이 확정되자 선수들과 코치, 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뜨거운 눈물이었다.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 그리고 지난 세월동안의 고된 훈련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고마움에서였다.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선수단은 그동안 성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 기자회견의 주인공들은 당연히 목에다 메달을 걸고 온 선수들이었다. 그러나 선수들 뒤쪽에서 미소를 머금고 있던 협회관계자들 역시 숨은 공로자임에 분명했다. 이번 대회 한국대표선수단장인 김한섭(53·용진 종합건설 대표이사) 대한인라인롤러연맹 부회장도 그 중 한명이다. 김부회장은 “무엇보다도 해내고야 말겠다는 선수들의 의지와 각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준 선수들이 고마울 뿐이다”고 말했다. 김부회장은 “대회 10일전 부터 현지에서 적응 훈련을 갖는 한편 매일매일 총감독과 코치들이 상대 국가의 선수들을 일일이 체크하며 전략을 수립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유준상 대한인라인롤러연맹 회장을 비롯한 감독, 코치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힘을 합친 것이 종합우승이라는 영광을 가져온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이번 우승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은 지난 20일 끝난 트랙경기에서 금메달 7개를 획득, 금 6개인 대만과 5개인 미국, 콜롬비아에 앞서 트랙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로드부문이 취약해 종합 우승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금메달 12개가 걸린 24일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금메달 4개를 따내며 한국을 맹추격해왔다. 콜롬비아는 2000년대 초부터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1위를 독식해왔던 인라인 스포츠의 강호. 전날까지 금메달 11개를 획득한 한국은 6종목의 결승이 끝날 때까지 금메달을 한 개밖에 추가하지 못해 역전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장거리 여왕’ 우효숙(청주시청)이 무릎 부상을 딛고 시니어 P(포인트) 10,000m에서 한국에 천금 같은 금메달을 안겼고 안이슬(청주여상)은 주니어 여자 500m에서 43초141의 기록으로 1위로 들어와 대회 4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남유종(안양시청)이 시니어 P 10,000m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한국의 종합 1위를 확정했다. 또 주니어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최봉주(인천학익고), 류헌규(경기동안고), 임정훈(전주생명과학고)이 출전해 대표팀에 15번째 금메달을 신고했다. 이번 대회에서 선수단장을 맡은 김부회장은 “대한인라인롤러연맹 부회장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이렇게 뜻 깊은 성과를 거둬 기쁘다”며 “선수단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기 위해 주력했고 선수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1%만 더 발휘할 수 있도록 수시로 부탁한 것이 정신력을 다진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김한섭 부회장은 1975년 부터 아마추어 권투선수를 지냈다. 당시 권투는 인기종목이여서 챔피언이 될 경우 출세를 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했다. 이를 악물고 권투를 라면만 먹고 운동을 하다 보니 체력이 약해지고 설상가상 기관지도 나빠져 권투를 그만 두었다고 한다. 이후 1년 동안 집에서 휴식을 취한 김 부회장은 이후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면서 고생을 했다.
그러면서도 인생살이에 소중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됐다. 1984년 결혼을 한 뒤 김 부회장은 10명여의 지인들과 함께 토목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5년 용진종합건설을 설립하고도 원청업체인 K건설의 부도로 인해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그동안 회사를 떠나 있다가 지난 3월, 15년 만에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김 부회장은 힘든 세월동안 회사를 지켜온 회사 식구들이 자랑스럽고 고마울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 한 사람이 5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큰 건설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뒤쳐지지 않게끔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실력을 쌓는 한편 항상 정도를 걸으려고 노력하는 직원들이 믿음직하다”고 칭찬했다. 김부회장은 최근 체력를 키우느라 열심이다. 마라톤 매니아인 유준상 회장의 권유로 달리기를 시작했고 인라인을 잘 타기위해 하체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김부회장은 “매일 아침 1시간에서 2시간 정도는 조깅을 한다”며 “광주 쌍촌동에 있는 집에서 출발해 5·18공원과 시청을 거쳐 광주 천변로까지의 왕복 코스를 매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는게 목표”라며 “4시간 30분을 쉬지 않고 뛰어본 적이 있어 풀코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협회부회장이 된만큼 인라인도 잘타야겠다는 생각에 전문강사들로부터 인라인 강습도 받을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인라인이 비인기 종목이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등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준상 회장을 비롯한 300만 동호인들과 함께 올림픽 종목에서도 채택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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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호 기자> sgh@namdo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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