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김재환 교수, 생체모방종이작동기 개발]
종이는 일상에서 무척 친숙하다. 어느 사무실에서나 종이는 수북이 쌓여 있다. 종이를 매개로 수많은 업무가 진행된다. 책도 종이로 만든다. 어린 시절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날렸던 기억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종이 없는 사무실'이 등장하고 있고, 전자책(e-Book)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 같은 현상 때문인지 종이는 올드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종이의 새로운 기능이 알려지면서 종이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첨단 기술로 개발, 제작되는 생체모방로봇, 트랜지스터, 탐사로봇 등에 종이가 활용되는 것이다.
◇'생체모방 종이작동기' 개발식물이나 나무에서 얻어지는 셀롤로오스로 구성된 종이에 전기를 가하면 적은 전압에도 떨림이 발생한다. 종이에서 떨림이 발생하는 사실은 인하대학교 김재환 교수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 사실을 2001년도 국제학회에서 처음으로 알린 김 교수는 2003년부터 과기부 지원으로 이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종이에 나노미터(㎚) 두께의 전극을 입힌 '생체모방 종이작동기(Electro-Active Paper, EAPap)'를 개발했다.
이러한 생체모방종이작동기는 각종 공해정보, 화산, 산불, 해충, 교통량, 테러감시, 군사이동 등의 감시정보를 채취하는 초소형 비행체 및 행성 탐사장치에 부착해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종이는 가볍기 때문에 배터리 전원을 갖고 다닐 수 없다. 따라서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원격으로 전원을 공급하고 구동하는 장치를 이 작동기와 결합시키면 나는 종이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마이크로파로 원격전원을 공급하는 장치인 렉테나(rectenna)를 NASA와 협동으로 개발했으며, 지금은 렉테나를 바로 셀룰로오스 종이 위에 통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종이작동기의 응용..압전종이와 트랜지스터이러한 생체모방종이작동기 연구는 종이로봇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셀룰로오스의 압전효과를 이용해 압전종이가 개발됐다.
셀룰로오스 압전종이는 힘을 가해 잡아당기면 종이 양면의 전극에서 큰 전하가 발생하는데 이것을 진동센서로 이용한다. 이를 통해 물류운송감지센서, ID-태그 등에 쓸 수 있다.
또 원격으로 구동되는 종이작동기는 영화 오락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꽃, 곤충 등을 만들 수 있으며 벽에서 스테레오 음을 내는 스마트 벽지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선전력송신기술은 정보통신과 가전 등 여러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셀룰로오스에 극소량의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해 종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됐다. 이것은 종이 반도체의 시대를 열 수 있는 획기적인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재환 교수는 "셀룰로오스 종이가 단순한 기록매체로서의 종이가 아니라 로봇, 센서, 디스플레이, 초소형비행체, 스피커, 트랜지스터, 배터리 및 화장용 패치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의 상품이 될 수 있음은 그 동안 종이를 너무 과거의 값싼 재료로 보아왔던 우리에게 종이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종일기자 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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