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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표준의 날’… 한국의 현실

화이트보스 2009. 10. 14. 06:02

오늘 ‘세계 표준의 날’… 한국의 현실

2009-10-14 02:57 2009-10-14 02:58 여성 | 남성
병원 옮기면 받은 검사 또 받고
휴대전화 문자 입력방식 제각각
옷 - 신발 크기 표시기준 달라
소비자 70% 이상 혼란 경험


병원마다 진료 자료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소비자가 중복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옷과 신발의 규격도 표준화가 미흡해 소비자의 불편이 컸다.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과 동아일보 산업부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7, 8일 전국 19∼64세 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응답자의 83.6%는 일상생활에 밀접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표준이란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를 편리하게 다루기 위한 합리적 기준이다. 이번 조사는 ‘세계 표준의 날’(14일)을 맞아 실시했다.

의료 서비스가 표준화되지 않아 겪는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4.7%는 본인이나 가족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을 때 전 병원에서 받은 검사를 중복해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기관 사이에 진료 자료가 제대로 호환되지 않아 새로 자료를 입력하기 위해 같은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X선 사진은 의료 기기별로 진료 자료의 저장 방식이 달라 병원을 옮기면 다시 찍을 것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비싼 검사는 병원 수익을 위해 재검사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옷이나 신발을 살 때 크기를 표시하는 기준이 달라 혼란을 경험한 소비자는 전체의 73.7%였다. 신발의 경우 같은 사이즈로 표시돼 있지만 브랜드별로 길이나 폭이 달라 불편을 겪은 소비자는 84.9%였다. 옷을 구매할 때도 같은 크기로 표시돼 있지만 길이나 둘레가 달라 수선을 해야 한 경험자가 73.4%였다.

또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면서도 IT 제품 관련 표준화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용 IT 기기를 새 제품으로 바꾼 뒤 종전에 사용한 충전기, 어댑터를 그냥 보관하고 있는 소비자가 전체의 45.6%였다. 새 제품을 사고 난 뒤 기존 충전기 등은 재활용이 안돼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휴대용 기기의 충전기 표준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이동통신사업자 연합체인 GSM협회는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7개 이동통신사 및 제조업체가 범용 충전기 규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표준에 맞춰 제품이나 충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선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부 기업은 의도적으로 표준화를 늦추고 있다는 게 기술표준원의 지적이다.

휴대전화의 문자 입력방식이 기계별로 제각각이라 불편하다고 답한 사람도 전체의 68.4%였다. 이미 여러 차례 휴대전화 문자 입력방식의 표준화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입력방식 통일에 회의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천지인 등의 휴대전화 문자 입력방식은 각 기업의 특허이자 고유의 UI(사용자환경)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표준원은 중재를 시도했지만 기업들을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