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만 해양배출협회 회장
해양배출업체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이들은 정부가 대안 마련은커녕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정책을 변경, 줄도산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예정대로 2012년 이후 음식물처리폐수의 해양배출을 전면 금지하면 대도시에서 심각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도 “음식물처리폐수를 육지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지만 2012년 이후 대도시의 음식물처리폐수를 모두 육지에서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해 해양배출업체들의 주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형만(51) 해양배출협회 회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마치 우리가 산업폐기물들을 바다에 버리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가축분뇨 등 축산폐수와 하수오니(하수 침전물 찌꺼기), 음식물처리폐수 등 바다에서 자연정화가 가능한 유기물들을 일정한 처리를 거쳐 바다에 배출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이하 해경)이 폐수의 오염도 및 배출지역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솔직히 우리가 배출하는 폐수가 중국 양쯔강 등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폐수보다 오염도가 훨씬 적다.”
해경은 서해 1곳, 동해 2곳에 해양배출지역을 정해 놓고, 폐수의 오염도 여부를 철저히 따지는 것은 물론 1일 배출량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부산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가 해경으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조사한 ‘동해 폐기물 배출지역 해양수질’ 자료에 따르면 유기물과 영양염 농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의 폐기물 해양배출 금지 조치는 당연한 것이 아닌가.
“정부는 97년부터 좁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과 육상오염 방지를 위해 사실상 해양배출을 유도해왔다. 그러다 2006년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해양오염을 막겠다며 강도 높은 해양배출 감량정책을 발표했다. 대안 없는 급작스런 정부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해양오염 방지라는 대원칙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정부는 1997년부터 2005년까지 해양배출을 장려 내지 유도하는 정책을 펼친 게 사실이다. 1997년 하수오니의 육지매립을 금지한 데 이어, 2002년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 처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축산농가가 폐수를 해양배출업체에 전량 위탁관리 시 폐수처리시설 설치를 면제해줬다. 이어 2005년엔 음식물폐기물의 육상매립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해양배출업체들은 6개에서 18개로 3배나 늘어났다. 해양배출업체 설립요건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손쉬웠던 것도 한 원인이다. 더욱이 이들은 늘어나는 해양배출량을 감당하고자 시설을 늘렸다. 해양 배출량은 2000년 400만톤에서 2005년 1000만톤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정부는 2006년 갑자기 해양배출량 감량정책을 발표했다. 2011년까지 400만톤으로 연차적으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2007년 축산폐수와 하수오니의 해양배출은 2011년부터, 음식물처리폐수의 해양배출은 2012년부터 각각 전면 금지키로 했다. 그러자 해양배출업체들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해양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것은 어떤가.
해양배출량은 배출업체들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이들은 그저 축산농가나 1차 음식물처리업체들로부터 나오는 폐수들을 수거만 해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축산농가나 1차 음식물처리업체들이 폐수를 줄이면 해양배출업체들의 배출량은 줄어든다. 그렇다면 지난해는 정부가 왜 허용량을 넘는 폐수를 바다에 버리도록 한 것일까.
“지난해 1차 음식물처리업체들의 폐수가 정부가 규정한 해양배출 허용량을 초과해 받지 않으려 하자 이 여파가 대도시의 주택가로 번졌다. 매입지 등에서 폐수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를 안 받아들였고, 그러자 수거업체들이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 도시의 주택가는 한동안 악취로 진동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정부가 부랴부랴 내년치 물량을 가불하는 형태로 당겨 해양배출업체들에게 소진토록 한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해양 배출량을 점차 줄여 가면 될 것 아닌가.
“해양배출의 감량정책은 ‘육상처리 시설의 확충 및 원활한 처리’가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 예컨대 육상처리 능력을 봐가면서 해양배출량을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육상처리 시설 확충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일단 감량정책이 목표라면 2012년 이후 당장 해양배출을 금지부터 시킬 게 아니라 해양배출제도 선진화 등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배출업체들에게 선진국처럼 준설토사 전담배출 등을 허용하거나 CO2 해양배출사업 등 대체사업을 지원하는 등의 제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할 일(폐기물처리)을 대신해 왔는데 칭찬은 못 해줄망정 쪽박을 채워 내보내서야 되겠는가.”
김 회장은 정부의 감량정책에 발맞춰 배출업체들이 시설 및 장비, 인력을 구조조정 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왔다고 한다. 배출용 선박을 2006년 41척에서 2008년 22척으로 줄였고, 인력도 886명에서 524명으로 41%를 감원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배출업체들은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고 김 회장은 하소연 했다. 구입할 때 20~30억원하던 선박이 팔 때는 1~2억원정도의 고철 값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미 준설토의 해양배출을 폐기물 허용 총량에 넣지 않는 등 배출업체들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지원 방안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 이코노미플러스
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