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의 친환경 아파트 단지 쓰레기 처리법
층마다 투입구 설치해 자동으로 쓰레기 처리
주차장 대신 연못 등 친환경 편의시설도 갖춰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웰카운티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의 쓰레기 처리법은 매우 특이하다. 쓰레기를 담은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1층까지 내려올 필요 없이 층마다 있는 투입구에 버리면 된다. 주민들은 전자식 열쇠로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로 나누어져 있는 투입구의 문을 열어 쓰레기를 버린다. 이 쓰레기는 진공 압력의 힘으로 관로를 따라 자동적으로 아파트 단지에서 2㎞ 정도 떨어져 있는 집하장에 모인 뒤 쓰레기소각장으로 가게 된다. 주민들은 요일마다 일반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구분해 버리는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 단지 지상에는 별도의 쓰레기 수거장도 없다. 주민들은 "집 안에 냄새가 나는 쓰레기를 놔두지 않고 언제든지 버릴 수 있어 매우 편리하다"면서 "쓰레기 수거 차량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말한다.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아파트 단지와 주상복합 건물은 전부 이같은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웰카운티 외에 주상복합건물인 더��퍼스트월드와 한창 공사중인 센트럴파크 등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 지어질 모든 건물도 이 시스템에 따라 쓰레기가 처리된다. 병이나 종이, 캔 등 재활용품은 투입구 옆에 있는 수거함에 놓으면 관리자가 알아서 수거해 간다. 아파트뿐 아니라 회사 사무실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쓰레기를 치운다.
- ▲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주부가 쓰레기를 아파트 각 층마다 설치된 자동 처리 장치에 넣 고 있다. /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올해 초 더샾퍼스트월드에 입주했다는 30대 공무원인 박현정씨는 "단지에 들어설 때마다 외국의 잘 꾸며진 도시에서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고 말한다. 건물의 외벽이 대형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1층에는 경비실 외에 별도로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할 수 있는 라운지도 마련되어 있어 호텔 로비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단지 사이에는 최대 폭 20~30m,길이 100m의 인공 연못이 흐른다. 집 안에는 헬스케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 체성분과 혈압, 혈당을 스스로 체크하며 건강진단을 해볼 수도 있다.
더샾퍼스트월드를 지은 포스코측은 건물의 외관이 한국의 전통미를 살려 만들었다고 했다. 덕수궁 돌담 형태를 본떠 대형 외벽 유리창을 엇갈리게 설치했다는 것. 포스코 직원인 성낙정씨는 주상복합인 센트럴파크1은 한국의 바구니를 연상시키는 올록볼록 형태로 디자인했으며, 중앙공원과 마주하고 있는 센트럴파크2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춤을 추듯이 외관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이처럼 친환경적인 건물로 지어지고 있다. 최근에 입주하는 아파트들은 1층에 주차장이 없는 대신 조그마한 연못이나 각종 운동시설과 놀이터가 들어서 있다. 2년전에 웰카운티에 입주했다는 안정희씨는 "여름이면 1층에서 개구리 소리가 들려 마치 시골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9층에 산다는 문경복씨는 "스카이 라인이 높지않아 인천 앞 바다가 훤히 보인다"면서 층간의 높이도 일반 아파트보다 30㎝ 높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집안 전체를 수시로 환기시킬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으며, 에어콘 실외기를 베란다 외부가 아닌 집안 내부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놓게끔 되어 있어 아파트 단지의 미관이 한층 좋아졌다고 했다. 송도국제도시의 아파트 주변 상가는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되어 현란한 간판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많이 있는 점도 송도국제도시의 특징이다. 대부분 아파트 단지들은 인천 앞 바다인 해안가나 공원까지 2~5㎞씩 자전거도로가 연결되어 있다. 더샾퍼스트월드는 인근의 중앙공원과 해돋이 공원까지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으며 다른 아파트들도 미추홀 공원 등 주요 공원과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미추홀 공원의 산책로는 모두 흙으로 되어 있어 주민들에게 큰 인기이다. 주민들은 "다른 공원들은 산책로가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어 걷기에 딱딱한 느낌이 있으나 미추홀 공원은 걸으면서 흙냄새를 맡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송도국제도시를 친환경과 도시 미관이 뛰어난 구역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시스템을 갖추는 중이라고 밝혔다. 송도국제업무지구의 녹지율은 다른 지역보다 높은 15%로 계획했으며, 건물의 평지붕인 옥상 조경에는 절반 이상을 꽃과 나무 등을 심게 해 열섬 현상을 막는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의 채기병씨는 "송도 전체에 쓰레기 이송설비 시스템을 갖추어 쓰레기 차량이 없는 지역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면서 "바다쪽으로 갈수록 건물 층이 낮아지도록 설계되어 있어 바다를 볼 수 있는 조망권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인천시 폐기물관리팀의 양길모씨는 "현재는 쓰레기를 모아 소각하는 단계이지만 2011년까지 재활용고체연료를 만들어 내는 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의 각 건물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일정량이 재활용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하루에 약 2만t의 오·폐수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 중 4000여t을 하수처리장에서 다시 정화해 공원이나 연못의 물, 도로 청소용수, 조경용수로 사용한다.
송도국제도시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대형 공공도서관이나 문예회관 등이 없다는 점이다.주민들은 도시 개발이 더욱 진행되면 각종 문화 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