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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헌법서 '공산주의' 뺀 김정일의 속셈?

화이트보스 2009. 10. 18. 09:47

개정헌법서 '공산주의' 뺀 김정일의 속셈?

 

입력 : 2009.10.17 03:17 / 수정 : 2009.10.17 14:38

사회·공산주의 원래 같은 뜻레닌이 국가 정당화 위해역사적 선후관계로 분리
"3대 후계세습 걸림돌 되자공산주의 배격하려는 것"

지난 4월 개정된 북한 헌법에서 '공산주의'라는 문구가 빠진 것과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산주의는 파악이 안 된다. 사회주의는 내가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고 말한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북한 헌법은 100조에 '국방위원장은 최고영도자이다'란 문구를 새로 넣었다

본지 9월 29일자 보도

(위부터)마르크스 / 레닌 / 스탈린
김정일(金正日)의 이 말에 대해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 관계자는 "공산주의는 착취계급과 피착취계급의 구분이 없는 사회인데 미제(美帝)가 존재하는 한 이런 사회는 존재하기 힘들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낙균 민주당 의원은 6일 "북한이 헌법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하는 등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공산주의(共産主義·communism)와 사회주의(社會主義·socialism)는 도대체 어떻게 다른 것일까?

'표준국어대사전'의 '공산주의' 항목은 '마르크스와 레닌에 의해 체계화된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론에 입각한 사상. 사적(私的) 소유에 근거를 둔 계급 지배를 철폐하고 생산수단의 사회화와 무계급 사회를 지향한다'고 서술했다.

'사회주의' 항목에선 '사유재산 제도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하여 자본주의 제도의 사회적·경제적 모순을 극복한 사회 제도를 실현하려는 사상'이라고 했다. 이것만 가지고서는 그 차이를 잘 알기 어렵다.

'철학콘서트'의 저자 황광우 다산학원 원장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원래 같은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두 평등사회에 대한 인류의 꿈을 대변한 것인데, 마르크스가 1848년 '공산당 선언'을 쓴 뒤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이다.

당시 지식인들 사이에서 무책임한 담론으로서 사회주의가 유행하자 마르크스는 이들과 선을 긋기 위해 공산주의라는 말을 썼다. 이후 공산주의는 '마르크스가 정식화한 프롤레타리아 계급(무산계급)의 해방을 위한 실천적 사상'이 됐다.

1875년의 '고타 강령(綱領) 비판'에서 마르크스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노동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를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사회'를 '높은 단계의 공산주의'로 구분했다.

그런데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레닌은 '국가와 혁명'을 쓰면서 마르크스의 '낮은 단계의 공산주의'를 '사회주의 사회'라고 정의함으로써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확실히 분리해 버렸다.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독자적 생산양식'인 공산주의는 금방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프롤레타리아 독재'라는 과도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 과도기가 '사회주의 사회'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역사적 선후관계를 맺는 두 개념으로 변했다. 하지만 '과도기로서의 사회주의 사회'라는 것은 프롤레타리아 독재 기구로서의 국가를 정당화하는 것이기도 했다.

'소련 한 나라만으로도 사회주의를 건설하고 공산주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는 스탈린의 '일국(一國) 사회주의론'은 집단농장과 숙청 같은 폭압적인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그 '과도기'는 지난 세기에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황장엽(黃長燁) 전 노동당 비서는 "김일성은 공산주의를 '이밥(쌀밥)에 기와집'이라는 식으로만 이해했다"며 "김정일은 공산주의가 왕정복고식 3대 후계 세습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공산주의를 배격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