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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눈과 구름 위를 걷는다베른(스위스)

화이트보스 2009. 10. 18. 12:23

융프라우, 눈과 구름 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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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6.29 03:34

스위스 베른주(州) 하이킹코스걷다 사진찍고, 산장서 쉬고… 알프스의 절경, 눈앞에 펼쳐져

스위스 산악열차를 타고 해발 3454m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역에 도착했다. 밖으로 나오니 바로 눈밭이다. 설국(雪國)이다. 선글라스를 써도 눈이 부시다. 한걸음 옮기기 쉽지 않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 때문이다. 아니다. 눈 얼음 바위 파란 하늘과 구름으로 뒤덮인, 절경에 취해서다. 뽀드득 발자국을 남기며 느릿느릿 걸었다. 스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히는 베르너 오버란트(Berner Oberland·베른주에 속하는 고산지대). 그중에서도 우뚝 솟은 세 봉우리 아이거(Eiger)·묀히(Monch)·융프라우(Jungfrau)의 절경을 만끽하는 하이킹 코스를 밟아봤다. 빙하 하이킹, 알프스 북벽 하이킹, 융프라우 파노라마 하이킹, 야생화 하이킹, 호수 하이킹…. 76가지 하이킹 코스 중 골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중 스위스 현지 가이드가 강력 추천한 3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① 융프라우요흐―묀히 산장 왕복 코스

'처녀(Jungfrau)의 어깨'를 뜻하는 '융프라우요흐'는 '톱 오브 유럽(Top of Europe)'으로 통한다. 유럽 최고봉(最高峯)이라는 뜻이 아니라 유럽에서 열차를 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지역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이곳을 운행하는 융프라우 철도(Jungfraubahnen)는 1896년 공사를 시작해 1912년 완공됐다.

열차 안에서 스위스인의 철도 기술과 의지에 탄복하면서 '등산을 하지 않고, 공짜로 3000m 이상 고지에 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현기증이 몰려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고산병 증세라고 한다. 여행 가이드인 롤란드 폰타니프(Fontanive)씨는 "물을 많이 마시면 괜찮다"며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고도 적응을 하며 걸어야 한다"고 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절경이 현기증을 밀어냈다. 확 트인 시야에 왼쪽으로 햇볕에 반짝이는 빙벽이, 오른쪽으로는 눈과 구름에 휩싸인 산봉우리가 '우리 보러 왔느냐'는 듯 관광객을 맞는다. 영하 5도의 기온이지만 햇볕이 따뜻해 그 정도로 춥게 느껴지지 않는다(안 춥다는 얘기는 아니므로 기본 방한 복장은 챙길 것. 눈이 부셔 선글라스도 필수). 묀히 산장(3650m)까지는 로프나 아이젠이 필요 없다.

1시간여 만에 융프라우요흐보다 196m 더 높은 묀히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에서는 소금국에 가까운 크림수프와 짜디짠 소시지를 파는데, 그냥 커피 한 잔 시키는 게 괜찮을 듯하다.

멘리헨(Mannlichen)정상에서 바라본 융프라우(jungfrau)모습. 연달아 펼쳐지는 절경에 취하다 보니 하이킹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지기 일쑤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가 융프라우 정상(4158m)이다./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② 피르스트(First) 정상―바흐알프 호수(Bachalpsee) 왕복코스

해발 1034m에 위치한 그린델발트(Grindelwald)는 옛날 빙하가 마을 어귀까지 내려와 '빙하마을'로도 불린다. 이곳에서 피르스트(2168m)로 가는 6인승 케이블카를 타면 마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스위스 전통 가옥 '샬레(Chalet)'가 장난감 집처럼 보인다. 당장에라도 뻐꾸기가 나와 정시를 알릴 듯하다. 그야말로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다.

케이블카를 탄 지 25분 만에 피르스트에 도착했다. 오솔길을 따라 바흐알프 호수를 향해 걸었다. 융프라우요흐가 눈밭이었다면, 피르스트는 야생화밭이다. 이름 모를 각양각색의 꽃들이 융단을 이룬다. 멀리 해발 2000~4000m의 거봉(巨峯)들이 줄지어 보인다. 여행객들이 풍광을 감상하느라 쉽사리 걸음을 떼지 못했다. 왕복 1시간40분 코스지만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여행객에게는 2시간도 부족하다.

바흐알프 호수는 산에서 녹아 내려온 빙하수와 비로 만들어졌다. '2263m 고도에 5400만L의 물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물 대신 하늘과 산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스위스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경치를 감상하려면 호수 건너편에서 걸어왔던 오솔길 쪽을 바라봐야 한다.

피르스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보어트(Bort) 역을 거친다. 여기서 내려 '트로티 바이크(Trotti Bike)'를 꼭 타볼 것. 페달 없는 자전거로, 경사로를 따라 그린델발트까지 내려간다.

③ 쉬니케 플라테(Schynige Platte)―오버베르그혼(Oberberghorn) 왕복 코스

쉬니케 플라테(1967m)로 가려면 빌더스빌(Wilderswill)에서 1893년 운행을 시작한 미니 산악 톱니바퀴 열차를 타야 한다. 빨간색 열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인터라켄(Interlaken) 마을, 툰 호수(Thunersee)와 브리엔츠 호수(Brienzersee)가 한눈에 들어온다.

쉬니케 플라테 역에서 오버베르그혼으로 가는 도중 접하게 되는 알파인 가든(Alpine Garden·고산 정원)은 '알프스의 소녀' 같은 곳이다. 1927년 알프스산 중에서 첫번째로 만들어진 정원으로, 500여종의 식물과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왕복 1시간30분이 걸리는 쉬니케 플라테―오버베르그혼 코스 특징은 산 능선을 따라 걷는다는 점이다. 정상을 향해 걷다 보면 왼쪽으로 에메랄드 빛 툰 호수, 브리엔츠 호수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구름을 두른 아이거·묀히·융프라우 봉우리가 펼쳐진다. 채색화와 수묵화를 동시에 보는 듯하다. 어디를 보고 걸어야 할지 고민된다. 쉬니케 플라테 역 근처에 있는 산악호텔(Berghotel)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발아래로 구름이 지나는 테라스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운치 있다.

● 여행 팁(Tip)

인터라켄 마을은 섭씨 4~25℃까지 올라가지만, 산악 지역의 경우 이보다 10℃ 이상 내려간다. 날씨가 순식간에 급변할 수도 있다. 얇은 파카나 스웨터, 바지(방수 기능), 등산 양말, 하이킹화, 선글라스, 선크림, 물통은 꼭 챙길 것.

해발 2500m 이상에서 느껴지는 고산병 증세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 고도 적응을 하며 걷는 것이 최상이다. 물 섭취를 많이 하고 허기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니지 말아야 한다. 융프라우 3일 브이아이피 패스(VIP PASS)를 이용하면 3일 동안 융프라우 철도 노선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트로티 바이크 할인 등 특전도 있다. 가격 190 스위스프랑(26일 기준 1스위스프랑=약 1180원). 문의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동신항운㈜ (02)756-7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