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헬스케어

중년 남성 최대의 적 간암

화이트보스 2009. 10. 21. 11:41

중년 남성 최대의 적 간암

발견은 늦고 재발 쉬워 40~50대 癌 사망률 1위…
간수치 낮아도 안심은 금물
간경변증 땐 되레 정상치 통증 심한 말기돼야 발견
초음파·혈액검사해야
부작용 큰 식이요법 대신 조금씩 자주 나눠서 먹고
훈제, 절인 음식은 피하라

간암은 남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암이다. 40~50대 남성 암 중 사망률 1위가 간암이다. 그만큼 간암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다양하고 속설도 많다. 그러나 남성들이 알고 있는 간암 정보 중에는 틀린 것이 흔하다. 대한간학회가 정한 간의 날(20일)을 맞아 간암의 대표적 궁금증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전문의들에게 들었다.

간수치 낮으면 간암 안심해도 되나?

흔히 '간수치 낮음=간암 안심'이라고 생각하나, 이는 잘못이다. 간수치는 염증으로 간세포가 파괴되었을 때 나오는 효소를 측정한 값이다. 따라서 간수치가 높을수록 간 손상이 큰 상태이다. 하지만 간이 염증 단계를 지나 딱딱하게 굳어지면(간경변증 단계) 이 효소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간경변증 단계에서는 간수치가 정상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통증도 없다. 따라서 간경변증을 지나 암에 걸리면, 암 덩어리가 간수치·통증 등 아무 신호도 내지 않고 조용히 커지다가 통증이 나타나는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간암 여부를 정확히 알려면 간수치 검사 외에 알파태아단백(AFP·암이 생기면 수치가 높아지는 혈액검사의 일종)과 간의 모양을 자세히 보는 간 초음파검사를 함께 해야 한다.

간암은 왜 재발이 잘 되나?

간암은 워낙 재발이 잘 돼,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한 곳의 암덩어리를 제거해도 암세포가 다른 쪽에서 고개를 들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대부분의 간암 원인이 간염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간 전체를 서서히 병들게 해 간염을 일으키고 간경변으로 진행시킨다. 간 전체를 간암이 발생할 수 있는 '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간 일부에 암이 생겨 도려내도 암세포가 다른 곳에 다시 생길 환경이 조성돼 있는 것이다. 또 간은 혈관과 림프관 등이 그물처럼 엮인 형태로 발달돼 있어, 암의 간내 전이가 잘 일어나는 것도 재발 원인이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spphoto@chosun.com
동물 간을 먹으면 간암에 좋은가?

소의 간 등 동물의 간을 먹으면 간암에 좋다는 속설을 믿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동물의 간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일부 연구가 시도된 적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동물의 간이 사람의 간세포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전혀 근거 없는 말이다.

간암환자, 왜 식이요법하면 안 되나?

상당수의 간암환자가 정상적인 식사보다 암에 좋다는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 식이요법 자체가 특정 음식에 의존하는 것인데, 간암에 효과가 증명된 '특효 음식'은 없다. 식이요법은 오히려 영양불균형 상태를 유발하고, 간성혼수 등의 부작용을 가져와 사망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간암 환자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되, 다음을 주의해야 한다.

첫째,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 음식은 삼간다. 간암이 생기면 염분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때 소금이 몸에 더 들어오면 몸이 붓고 복수가 찰 수 있다. 훈제 음식은 발암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하루 3번 정규 식사만 하기보다 조금씩 자주 식사하고 끼니 중간에 간식을 자주 먹는다. 간암 환자는 소화 능력이 극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고칼로리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두부 등이 간식으로 좋다. 셋째, 식사를 하면서 같이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음료를 같이 마시면 식사량 자체도 줄고 소화가 잘 안 된다.

간암 환자가 암이 아닌 간경변으로 죽는 이유는?

간암 환자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간암 자체가 아니라 간경변증인 경우가 적지 않다. 보호자가 "간암이라더니 왜 간경변으로 숨졌느냐. 오진 아니냐"며 의료진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러나 간암은 대부분 심한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으면서 암 자체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더라도 간경변증의 합병증인 식도정맥류파열, 간성혼수, 복막염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장미란 헬스조선 인턴기자
도움말: 이영석 부천성모병원 소화기 내과 교수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한태호 한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2009.10.20 22:45 입력 / 2009.10.20 22:46 수정

말기 환자 위한 '먹는 약'도 나와

항암제 하나 없다가… 진화하는 치료법
건강보험 적용 안 되는 게 흠

'고아암(孤兒癌)' 간암 치료에 희망이 생기고 있다. 간암에 붙은 고아암이라는 별명은 치료제와 치료 기술 발전이 다른 암에 비해 더뎌서 '국제적으로 의약계가 소홀히 생각하는 암'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중년 남성에게는 간암이 흔하지만 의약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서구에서는 소수 암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먹는 간암 치료제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또 첨단 수술법 등도 간암에 속속 적용되기 시작했다.

말기암에는 먹는 간암 치료제

3~4기 간암 환자에게 쓰는 치료제 개발이 가장 빠른 발전을 하고 있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간암은 먹는 표적 치료제나 항암 주사제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3~4기 간암의 먹는 치료제인 넥사바가 나오면서 간암 치료가 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출시된 이 약은 정상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와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의 세포만 소멸시킨다.

넥사바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대부분의 다른 암 환자는 정부의 약값 본인 부담금 인하정책에 따라 현재 약값 총액의 10%(올 12월부터는 5%)만 본인이 부담한다. 그러나 넥사바는 매월 약값 270만~300여만원 전액을 환자가 내야 한다.

한광협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국내 간암의 50~70%인 3~4기에 쓸 수 있는 치료 수단은 넥사바 하나뿐인데, 약값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넥사바를 건강보험에 포함하는 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암 환자의 부담은 정부도 알고 있지만 넥사바를 건강보험에 적용하면 매년 수십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해 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해결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넥사바의 효능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 약은 암 전이를 느리게 할 뿐 암세포를 완전히 박멸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암에는 첨단 시술법 적용

상대적으로 초기인 1~2기 간암에는 하이프(HIFU), 사이버나이프, 토모테라피, 양성자 치료 등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이프는 고강도 초음파를 간암 세포에 쏘아 없애는 방법이다. 기존 고주파열 치료가 환자 체내에 시술 기구를 삽입해야 하는 반면 하이프는 외부에서 초음파를 쏘기 때문에 정상 조직 파괴가 적다. 비교적 작은 크기의 간암 세포도 선택적으로 없앨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이버나이프는 로봇팔을 이용해 미세한 굵기의 X-선을 여러 방향에서 암 덩어리에 쏘는 것이다. 일반적인 방사선 치료보다 정상 간 조직에 필요 없이 노출되는 방사선 양이 적다. 1~3㎝ 크기의 작은 암에서 주로 사용한다.

토모테라피는 인체 외부에서 50가지 이상의 방향에서 필요한 만큼의 X-선을 간암 세포가 있는 자리에 정확히 쏜다. 간 전체의 3분의 2를 넘지 않는 크기까지 치료 가능하다. 양성자 치료는 일정한 깊이까지 들어가야 조직을 파괴하는 양성자선이라는 특수한 방사선을 이용해 간암 세포를 없애는 것이다. 비교적 큰 암도 치료 가능하다.

/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 2009.10.20 22:46 입력 / 2009.10.20 22:47 수정

초기 간암, 고주파 열 치료가 효과적

크기가 3㎝ 이하이며, 종양 개수가 3개 이하인 초기 간암에서는 고주파 열 치료가 수술과 비슷한 정도의 치료 효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간암센터 임효근·임현철 교수팀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초기 간암으로 고주파 열 치료를 받은 570명을 장기 추적 조사한 결과, 치료 뒤 1년 생존율은 95%, 3년 생존율은 70%, 5년 생존율은 58%였다고 밝혔다. 초기 간암일 때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5년 생존율은 52~68%로 보고돼 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유럽방사선의학회지 최신 호에 발표했다.

임효근 교수는 "고주파 열 치료는 수술만큼 치료 효과가 있으면서 합병증 비율은 1.9%에 불과해 매우 효율적인 치료라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간암 고주파 열 치료란 의사가 MRI(자기공명영상)로 환자의 배를 보면서 간에 찌른 바늘에 고주파를 가해 발생하는 열로 간암 조직을 태워 없애는 것이다.

간암으로 확진되면 수술 치료를 우선 고려한다. 하지만 환자의 나이가 많거나 간 기능이 떨어져 수술이 어려울 때는 고주파 열 치료, 간 동맥 화학색전술, 알코올 주입술 등의 보존적 치료가 이뤄진다. 고주파 열 치료의 강점은 다른 부위에서 간으로 옮긴 암(전이성 간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 2009.06.23 16:09 입력 / 2009.06.23 16:09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