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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일(日) '충돌 일보직전'

화이트보스 2009. 10. 23. 10:21

미(美)·일(日) '충돌 일보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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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23 03:07

오키나와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 '폭발'
게이츠 美 국방- "오키나와 밖으로 가라면 합의 깨는것… 꼼짝않겠다
오바마 訪日전 결단하라"
일본 입장- "우릴 협박하나? 길들이나? 美 뜻대로만은 할수없다" 불쾌감 나타내며 긴장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한달여 만에 미·일 관계가 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심상치 않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일 동맹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으면, '충돌' 일보(一步) 직전이라고 할 정도다. 양측에 대한 불쾌감도 확산된다.

◆일본, "공개적 협박" 반발

로버트 게이츠(Gates) 미 국방장관은 21일 일본을 떠나면서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에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소재 미 해병대 비행장 이전 문제에 대해 '퇴로(退路) 없는 압박'을 가했다. 이 비행장을 오키나와 내 다른 지역으로 옮긴다는 기존 합의를 일본이 어기면, 미국도 이 합의에 따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 병력 8000명의 괌 이동 ▲후텐마 부지의 반환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11월 12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의 방일(訪日) 전에 결단하라고 했다. 게이츠 장관은 방일(訪日) 기간 중에, 자위대의 사열도 거부했다.

일본 외무성 관료들은 "공공장소에서 협박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정권 길들이기"라고 말하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미 동맹이 일거에 긴박해지고 있다"고 했고, 아사히신문은 "하토야마 정권을 향한 '제로(0) 답변'이었다"고 평했다.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는 미국의 압박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22일 "오키나와 주민들의 뜻도 있고 중의원 선거에서 표출된 민의(民意)도 있다"면서 "단기간에, 미국이 말하는 것을 받아들여서 '(기존) 일·미 합의니까 한다'고 결론짓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오바마 대통령 방일 전까지 결단해달라는 게이츠의 요구에 대해 이날 "그 자리에서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내는 것은 하토야마 총리의 최근 발언 등을 종합해볼 때 어려운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방일 전 결정 불가(不可)'는 일본 정부 내 정리된 의견이라는 뜻이 된다.

민주당 정권은 기존 합의에 따른다면 후텐마 기지가 옮겨가기로 돼 있는 나고(名護)시 시장선거(내년 1월)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양국이 서로 체면을 살리는 선에서 일정 시간이 흐른 후 봉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만으로도 미·일 동맹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음은 여실히 드러난다.

한편 오카다 외상은 이날 한 강연에서, 자위대 해외파병의 근거법인 PKO 협력법을 개정, 해외파병 제한선을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당장은 인도양 급유활동 중단에 따른 미국 등의 불만을 무마하는 측면이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방적' 전쟁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유엔이 승인하는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지원은 늘린다는 복선을 깔고 있어 이 또한 미국 입장으로선 환영하기만 할 방향이 아니다.

◆미국, "해외 미군 재편 계획 전체 흔들려"

게이츠의 강경 발언은, 하토야마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에 대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우려가 극(極)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 게이츠의 발언은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의 고위 당국자는 "미국은 일본을 '매우 편안한' 상대라고 여겼고, 그 관계는 지속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중국보다 더 힘든 상대"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라크·이란·북한·중국만으로도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가장 끈끈한 동맹국이었던 일본이 '대등한 관계'를 외치며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불안감도 크다. 반세기 만에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국정 운영 경험이 거의 없다. 하토야마는 또 그동안 무대 뒤에서 관료들이 하던 정책 결정을 무대 앞에서 정치인들이 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갑자기 50년 넘게 지속되던 '관료 대화 채널'에 큰 변화가 생겼다.

주일 미군기지의 중요도가 높다는 점도 미국이 강경하게 나온 배경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보도했다. 미국이 이전 자민당 정권과 합의한 맺은 주일미군 재편 계획은 날로 커지는 중국의 군사력과 북한의 미사일 억제 등을 다 고려한 것이다. 오키나와 기지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과 대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존 합의대로 주일미군의 이전·재편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바마 행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의 재편 계획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과거 일본 자민당 정권은 대부분의 외교 정책을 미국 결정에 따랐다. 켄트 칼더(Calder) 존스홉킨스대 라이샤워 동아시아연구소장은 "지난 30년 동안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면서, "미국측이 제안하면 일본측은 그저 따랐고, 그걸로 끝이었다"고 WP에 말했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산방지 전략국장을 지낸 캐롤린 레디(Leddy)는 "일본 민주당의 생각은 이해가 안 된다"며, "이제 남은 관건은 오바마 방일 전에 하토야마가 게이츠의 (경고) 메시지를 받아들이느냐는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미국의 품안에 있는 종속국가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