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아들 對 南아들' 상속 소송
DNA 친자확인 진행 北당국이 배후 조종설도
이겨도 재산반출 불투명
남북한에 서로 떨어져 사는 이복 형제들끼리 선친의 재산을 놓고 벌이는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재판장 황윤구)는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남매가 6·25 때 월남한 선친이 남한에서 낳은 이복 형제 4명과 의붓어머니를 상대로 선친이 남긴 재산을 나눠달라며 낸 소송의 첫 재판을 열었다.
윤씨의 선친은 6·25 때 아내와 4남매를 둔 채 큰딸 하나만 데리고 월남했다. 그는 남한에서 북한의 아내에 대해 사망신고하고 다시 결혼해 가정을 꾸린 후 100억원대의 재산을 남기고 1987년 작고했다. 의사였던 윤씨의 선친은 서울에서 병원 운영과 부동산 임대업을 병행해 목돈을 쥔 것으로 알려졌다.
선친과 함께 월남한 큰딸은 지난 2000년 동생들이 북한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선교단체를 통해 북한의 동생들이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게 했다. 윤씨 4남매의 손톱과 머리카락은 북한에서 공수돼 왔으며, 현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이들의 DNA (유전자) 정보를 감식 중이다.
윤씨 4남매가 친자로 확인돼서 재판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재산이 온전히 4남매에게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북한은 통화체계가 달라 환전한 후 송금해야 하는데, 북한의 법률은 북한 주민들이 외화를 가질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에서 이 소송을 일종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북한 보위부가 이 소송에 적극 개입하고 있어 다른 꿍꿍이 속이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윤씨가 선친이 남긴 부동산의 명의자가 되려고 해도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북한 주민이 남한에서 등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률적 해석이 필요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다른 변수도 있다. 월남한 윤씨의 큰누나는 "아버지가 허위로 북한의 친어머니에 대한 사망신고를 한 후 의붓어머니와 한 결혼은 중혼(重婚)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따로 냈다. 이 소송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가 있고, 그 결론에 따라 재판이 진행된다. 만약 남한에서의 결혼이 무효라는 결과가 나온다면 북한에 있는 윤씨 형제들에게 유리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