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지난 22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핵심 간부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24일 보도했다. 초등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일명 ‘나영이 사건’ 때 부적절한 음주 감경으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에 대해 지나치게 낮은 형을 선고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 구성 및 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강진구 실천연대 조직위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형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집행유예 4년을 덧붙여 선고받았다.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받은 최한욱 집행위원장도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모두 풀려났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대법원은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손도끼가 든 소포를 보내 협박하려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복기씨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에 자격정지 1년, 벌금 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는 실천연대와 수시로 교류하며 연계활동을 해 온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집행위원장이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 동기가 실천연대 지도부가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공유하는 등 포괄적인 지시를 받은 데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말단에서 행동을 한 사람은 실형을,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며 지령을 받는 등 ‘손도끼 협박’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라고 비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법원은 또 실천연대와 교류하면서 당국의 허가 없이 북한에 다녀오고 미국에서 북한 인사들과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미국 영주권자 정모씨(46)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씨는 이번 수사 과정에서 실천연대 간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적발돼 수사 대상에 올랐던 인물. 검찰은 정씨의 혐의가 실천연대 조직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데 오히려 정 씨가 구속되고 사건 핵심인 실천연대 간부는 모두 집행유예를 받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원이 양형 이유를 “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보다는 보호관찰관의 지도하에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민주성, 다양성, 개방성 및 포용력을 북한 등 외부에 알리는 길”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이들이 수사와 재판 내내 반성 없이 같은 활동을 할 의사를 밝히며 수사, 재판 자체를 비난해 왔다는 점에서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