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문화/사회 , 경제

소행성 충돌

화이트보스 2009. 10. 25. 18:45

소행성 충돌

  •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KAIST겸임교수
  • 트위터로 보내기
  • MSN 메신저 보내기
  • 뉴스알림신청
  • 뉴스젯
  • RSS
  • 프린트하기
  • 이메일보내기
  • 스크랩하기
  • 블로그담기
  • 기사목록
  • 글자 작게 하기
  • 글자 크게 하기

입력 : 2009.10.24 06:40 / 수정 : 2009.10.25 07:38

소행성 폭파·궤도변경 실행하기 쉽지 않아 조기경보체제 마련해야

날마다 수많은 별똥(운석)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지구로 떨어지고 있다. 운석은 끊임없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상처를 남긴다. 지구 표면에는 150개 정도의 운석 구멍이 흩어져 있다. 가장 유명한 운석 자국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 발견된 지름 195㎞의 구덩이이다.

1908년 6월 시베리아의 외딴 지역인 퉁구스카에서 운석 충돌 사건이 발생했다. 지름 60m의 운석이 약 10㎞ 높이의 상공에서 폭발해 거대한 불덩어리가 뉴욕 시 면적만한 숲을 태우고 순록을 몰살했다. 만일 같은 일이 모스크바에서 일어났다면 수백만명의 목숨이 사라졌을 것이다.

2008년 '네이처' 6월 26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미국 우주과학자들은 퉁구스카 사건과 비슷한 충돌은 5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50년 안에 그런 운석 충돌이 일어날 확률은 10%라는 뜻이다.

지구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물론 소행성이다. 그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미확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는 매년 달만큼이나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지나치고 있으므로 지구는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네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처럼 위험한 상태이다. 2000년 8월 완성된 영국 정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가 소행성과 충돌해 우리가 죽게 될 확률은 하늘에서 타고 있던 비행기의 충돌 사고로 숨질 확률과 동일하다.

지름 100m짜리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대도시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 수 있다. 지름 1㎞짜리는 원자폭탄 1000만개의 위력을 발휘해 지구 전체에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 지름 100m 정도 소행성은 10만개, 1㎞ 이상 되는 것은 1000~2000개가 있으며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터라 지구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져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소행성과의 충돌을 모면하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두 가지 방법이 제안되었다. 하나는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주는 방법이다. 작은 소행성은 영화 '아마겟돈'(1998)에서처럼 핵폭탄이 탑재된 로켓을 발사해 폭파시키고, 큰 소행성은 영화 '딥 임팩트'(1998)에서처럼 우주선을 발사해 진로를 바꿔주면 충돌에 따른 지구의 재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소행성 파괴보다 궤도 수정 쪽이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구에 근접하는 소행성의 속도가 워낙 빨라 소행성을 요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주는 기술은 2005년 미국 항공우주국의 '딥 임팩트 프로젝트' 성공으로 그 가능성이 입증되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방법으로 인류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터이다. 2008년 12월 미국 공군이 처음으로 전문가들을 초빙해 소행성 충돌에 대처하는 능력을 점검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결론은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영국 주간지 '뉴 사이언티스트' 9월 26일자 커버스토리는 소행성 충돌에 대비하여 조기 경보 체제를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