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기 건드리고 나서 "日美동맹이 기축" 수습
美기지 문제도 갈팡질팡
"정권교체가 실현됐다. 일미(日美) 동맹이 새 정권 외교 정책의 기축이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24일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 정상회담에서의 발언을 이렇게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아시아 정상들 앞에서 먼저 일미 동맹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일본이) 미국에 너무 의존해 왔다"는 지난 10일 한·중·일 정상회담 발언과 비교하면, 보름 만의 '표변(豹變)'이라고 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총리의 눈앞에는 (아시아 정상들이 아니라) 미국이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비꼬았다.'화내는' 미국 앞에서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23일 두 나라 핵심 쟁점인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의 이전에 대해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자민당 정권이 이미 합의한 '오키나와 내 이전'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다. '오키나와 밖으로의 이전'을 명시한 선거 공약을 어기겠다는 뜻도 된다. 그러자 민주당과 연립여당을 이루는 '좌파 정당' 사민당이 반발했다.
여당 내에 파문이 일자, 오카다 발언은 하루 만에 '없던 일'로 수습됐다.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외상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오키나와 밖 이전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訪日·11월 12일)에 맞춰 서둘러 결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미군기지의 오키나와 내 이전'은 사실 외무성·방위성 등 담당 부서가 모두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연립여당인 사민당의 정치적 반발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결론을 미루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적 이상(理想)'인 동아시아공동체 문제도 아시아의 이해를 얻기에 앞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방향으로만 전개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정권 출범 초기에 "미국이 없는 공동체는 생각할 수 없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야당 시절 자신이 한, 미국 중심의 경제질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미·일 관계에 그림자를 드리운 것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오카다 외상은 지난 7일 외국특파원협회 강연에서 동아시아공동체 대상 국가를 언급하면서 미국을 쏙 뺐다. 그러자 하토야마 총리는 24일 "미국을 배제할 의사가 없다"고 다시 방향을 가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