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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정치태풍 중심권으로

화이트보스 2009. 10. 26. 21:29

현대家, 정치태풍 중심권으로
공적자금 특혜지원 등 국감서 집중 추궁
 
국회 정무위가 국정조사에서 공적자금과 관련 전·현직 현대맨들을 증인으로 대거 채택, 초비상 경계 태세에 돌입해 있다.
현대가(家)가 정치태풍의 중심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회 정무위가 국정조사에서 공적자금과 관련, 전·현직 현대맨들을 증인으로 대거 채택하면서 올 국감이 현대 추궁장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MH)을 비롯,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은 10월 4일 열리는 금융감독위와 금융감독원 증인으로 채택돼 현대건설 공적자금지원, 금강산관광사업 등에 대한 추궁을 받는다. 또 하이닉스반도체 관련증인으로 박상호 대표이사, 보험사 리베이트와 관련 김호일 현대해상 대표, 델타정보통신 주식매매와 관련 김병포 현대투신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동진 현대자동차 사장과 장창기 에이치랜드 사장은 현대차 위장계열사 관련 증인으로 정무위에 채택됐다. 이처럼 유독 현대 증인들이 많이 채택된 것은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MJ)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현대가의 볼멘소리다.


국회 정무위가 현대그룹과 관련,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분야는 크게 여섯 가지로 구분된다.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막대한 공적자금 특혜 지원, 금강산 관광사업, 하이닉스반도체 특혜지원, 보험사 리베이트, 델타정보통신 주식매매, 현대차 위장계열사 시비 등이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현 정권 초기 ‘빅딜정책’부터 시작해 금강산 관광과 현대건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을 놓고 ‘재벌특혜설’과 공적자금 사용처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개별기업에 대한 의혹 제기는 주가를 비롯해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현대 일가’인 정몽준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한나라당은 이른바 ‘정풍(鄭風)’에 대한 경계에 돌입한 상태여서 미묘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국정조사 전반에 흐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통해 현대계열사를 집중 공격해 ‘정풍’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DJ정부와 민주당을 몰아 부치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삼성·LG·SK 등 다른 대기업들은 MJ 출마를 계기로 ‘현대 때리기’의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조바심을 내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의 ‘현대 때리기’는 9월 16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2000년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가 시작된 이후 2년간 현대그룹에 지원된 금액은 모두 33조6천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 의원은 정책자료에서 정부가 금융기관을 통해 현대그룹에 지원한 금액은 모두 24조4천억원이며, 국책은행과 정부 투자 및 출자기관을 동원해 11조5천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중 중복 계산된 산업은행 지원금 2조3천3백억원을 제외하면 현대그룹에 대한 총 지원액은 32조6천억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이 신규대출 및 출자전환, 회사채 신속인수, 채권만기 연장 등으로 현대그룹에 지원한 금액은 △현대건설 8조3천3백억원 △하이닉스 12조17억원 △현대석유화학 2조5천9백99억원 △현대상선 1조4천7백90억원 등이다.
국책기관별로는 △산업은행 2조3천2백63억원 △수출입은행 1천8백46억원 △남북협력기금 6백42억원 △신용보증기금 1조8천6백24억원 △토지공사 3천4백50억원 △수출보험공사 6조7천5백40억원 등이 현대그룹에 지원했다.
이의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을 단호하게 퇴출시키겠다는 현 정부의 기본원칙과 달리 유독 현대계열사에 대해서만 특혜지원이 이뤄졌다”며 “이같은 지원으로 금융기관과 국책기관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공적자금과 정부예산으로 채워야 하는 만큼 결국 국민부담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현대家 초비상 경계태세 돌입, 오해 발언 함구령

국회 정무위가 제기한 6개 분야 중 무엇보다 가장 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막대한 공적자금 특혜 지원과 공적자금 사용처 부문이다. 국감 현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인 폭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에 따른 막대한 공적자금 특혜지원은 DJ정부가 금융기관에게 현대그룹에 대한 지원을 강요해 2000년 5월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 발생 이후 지금까지 총 33조6천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는 게 주요 골자.
한나라당의 경우 “한 달에 수십 개 기업이 도산하던 2001년 당시 유독 특정기업에만 돈을 빌려줘 기업을 살려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의 시행 배경과 자금사용처는 당연히 따져야 할 부분”이라며 강도 높은 추궁이 있을 것을 시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기업에 대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시행될 때 대상기업 6개 중 4개사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현대계열사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기업간 빅딜은 물론 금강산관광 지원과 관련, 현 정권과의 유착설도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이한구 의원은 “DJ정권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그룹, 한보철강, 동아건설 등 많은 부실기업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강력한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을 천명했다”며 “이러한 원칙에 의할 경우, 유동성위기에 직면한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현대계열 기업들도 다른 부실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장원리에 의해 처리됐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과는 접근방법을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기업에 대한 의혹제기는 안 되며 특혜의혹보다는 공적자금 지원으로 인해 현재 얼마만큼의 득실을 거뒀나 하는 평가를 하는 쪽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공식입장이다.
또 정권유착설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방어에 나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이 무차별 의혹제기에 나설 경우 당에서는 ‘한나라당 원죄론’과 여러 의혹제기로 맞불 공세를 펼친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 원죄론이란 한나라당 출신의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부실이 쌓여온 것을 현 정부가 지원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개별기업들을 놓고 정쟁의 장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정치권이 이처럼 현대가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리며 연일 공세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현대가는 애써 ‘MJ 출마와 현대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MJ도 대선 출마 선언 때 자신의 도전은 순수한 정치인 입장에서 이뤄지는 것이며 현대가의 지원을 받거나 지원을 요청할 계획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가 시작되면서 정치권의 현대 때리기 수위가 높아질 조짐이 보이자 현대가에는 초비상 경계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다른 현대 계열사임직원들에게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행동과 발언을 금지토록 함구령을 내린 상태다.
또 현대아산은 MJ 흠집내기를 위해 금강산 관광사업이 정치권의 표적이 돼 사업 자체가 다시 위기에 몰리는 상황을 최악으로 가정하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는 국정조사가 이같이 ‘현대’를 놓고 정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똥이 자신들에게 튀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면서도 매번 국정조사 때마다 재계의 핵폭탄(?)으로 부각돼 온 공적자금 논란이 이번 기회에 정리되었으면 하는 입장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1백56조원의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투입되고 사용됐는지를 밝히려면 의혹보다는 자금사용처 등이 엄밀히 분석돼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양당이 극단적인 공방으로 대립할 경우 기업·은행·정부의 부실책임자들에게 공식적인 면죄부만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건용 기자<sgy@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