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룽장성 '베이다황(北大荒)'을 가보니…
총 경작지 2만1200㎢ 한국 경작 면적보다 더 넓어
비행기로 농약 뿌리고 농기구만 1만7000대 넘어
과학영농으로 생산량 급증
중국 동북지역의 북쪽 끝에 있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수도 하얼빈(哈爾濱)에서 동쪽으로 차를 타고 3시간. 푸른 방풍림을 제외하면 눈앞에 하나도 걸리는 것이 없는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산장(三江)평원이 펼쳐진다. 추수가 끝난 들판은 적막했다. 평원을 가로질러가는 하퉁(哈同)고속도로 위로 차들만 부지런히 오갔다.이 들판이 바로 중국 최대 곡창지대인 베이다황(北大荒)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베이다황은 곳곳에 습지가 자리를 잡은 잡초 무성한 황무지였다. 쑹화(松花)강과 헤이룽(黑龍)강, 우수리강 등 3개의 강이 흐르는 비옥한 지역임에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58년부터 인민해방군 15만 병력과 지식청년 5만여명 등 20여만명을 투입해 이 지역 개발에 나섰다.
베이다황은 최근 들어 중국 국내외의 관심을 한눈에 모으고 있다. 비옥한 흑토에서 나오는 곡물의 질이 우수한 데다, 과학적인 영농 관리로 곡물 생산량도 해마다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본들도 속속 이 지역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베이다황은 지난해 1420만t의 곡물을 생산했다. 이 중 쌀이 842만t으로 중국 전체 쌀 생산량의 4.4%를 차지했다. 올해는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곡물 생산량이 1500만t이나 됐다. 인구 1억명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1958년 개간이 시작됐을 당시 베이다황의 곡물 생산량은 2400t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5년에는 500만t, 2005년에는 1000만t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1500만t의 벽을 넘어섰다. 베이다황을 관할하는 베이다황그룹은 생산량을 수년 내에 2000만t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 ▲ 세계 3대 흑토지 가운데 하나인 베이다황 농업지역은 1만7000대가 넘는 농기계를 활용해, 과학적인 영농 관리를 하고 있다. 10대의 트랙터가 열을 지어 작업하고 있다./베이다황농업 제공
베이다황은 최근 들어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체 생산을 늘리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제부터는 농산물 자원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베이다황그룹 산하의 베이다황농업주식회사는 지난해 7월 한국의 CJ와 합작으로 3억8000만위안(약 7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미강단백을 생산하는 베이다황CJ식품회사를 차렸다. 하얼빈시와 유이(友誼)시 등 3곳에 분산된 이 회사의 공장은 지난 5월 착공해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강단백은 현미를 도정할 때 나오는 부산물인 미강(米糠)에서 단백질을 추출한 것으로 각종 식품에 첨가제로 사용된다. 기존의 콩단백이나 우유단백보다 단백질의 질이 좋고, 먹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 것이 장점. t당 가격이 6000달러에 이를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베이다황CJ는 연간 1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건설 중이다. 베이다황은 이외에 일본 이토추상사 등과도 제휴해 해외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시허빈(奚河濱) 베이다황농업 회장은 "곡물을 단순 생산하는 것을 넘어 고부가가치제품으로 가공하는 것이 베이다황의 미래 성장 동력"이라며 "베이다황은 중국의 식량 창고를 넘어 아시아의 식량창고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 ▲ 끝도 없이 펼쳐진 중국 동북지역의 곡창지대 베이다황에서 경비행기가 공중을 오가며 농약을 뿌리고 있다./베이다황농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