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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서 쩔쩔매는 미군… "탈레반 전사 돈으로 전향시키자"

화이트보스 2009. 10. 30. 10:35

아프간서 쩔쩔매는 미군… "탈레반 전사 돈으로 전향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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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10.30 02:21

수억달러 관련예산 승인
"이라크에선 성공했지만 아프간에선 안 통할 것"… 안보전문가들은 회의적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군의 월별 전사자 수가 이달 개전 8년 만에 최대(29일 현재 55명)를 기록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가 미군에 엄청난 타격을 입히고 있는 현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 탈레반 조직원들을 '매수'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이 28일 서명한 내년 국방예산 6800여억달러에는 13억달러에 달하는 '지휘관 비상대응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지휘관들이 현장에서 인명 구호와 재건 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인 이 항목에는 '탈레반 재통합 지출' 아이템도 포함돼 있다. '재통합'이란, 지휘관이 탈레반 대원에게 돈을 줘서 '아군'으로 전향을 유도하는 과정을 말한다. 미 국방부가 탈레반 약화를 위해 고안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美軍유해 맞이하며… 새벽 4시, 대통령의 경례28일 밤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양복 차림)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군인의 시신이 운구되는 동안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전날인 27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탈레반의 폭탄 공격으로 미군 8명이 사망하면서 이달 아프 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 수는 55명으로 늘었다./AP연합뉴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탈레반과 같은 저항 조직에 가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 때문이라고 본다. 스탠리 매크리스털(McChrystal)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합군 사령관은 "아프가니스탄 전사의 대부분은 (중동·이슬람 지역의) 외국인이 아니라, 주민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념이나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돈 때문에 활동한다"고 했다. 별다른 산업도 없는 상황에서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아편 밀매로 번 돈으로 서민들의 전주(錢主)이자 후원자로 나서며, 빈민들을 대원으로 충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 매수' 작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미 상원의 칼 레빈(Levin) 군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상원에서 "탈레반 대원들과 그들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고 전력(前歷)을 불문(不問)에 부친다면, 탈레반 대원을 아프가니스탄 정부 쪽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라크에서도 '이라크의 아들들'이라는 유사 프로그램으로, 수니파 반군 세력을 알 카에다 세력으로부터 떼어놓는 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재통합' 프로그램으로 살 수 있는 것은 '한시적 충성'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파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임차(賃借)할 수는 있어도 매수(買收)할 수는 없다(You can rent an Afghan, but can't buy him)"는 현지 격언을 든다. 뉴 아메리카 재단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인 니컬러스 슈미들(Schmidle)은 "결국 이 오랜 격언이 맞게 될 것"이라며, "이 계획을 상황 반전(反轉)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면 불안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다.

CNN 방송의 안보분석가인 피터 버겐(Bergen)도 "이라크에서 알 카에다는 외부에서 유입된 조직이었고 주민들의 밑바닥까지 침투하지 못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은 토착 세력이어서 탈레반의 가치나 시골 파슈툰족 주민의 가치나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