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 날’ 알아본 폐암 치료 동향
수술도 못할 정도인 폐암 4기 진단을 받고서도 7년째 정상생활을 하고 있는 이태식씨. [신인섭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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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4기 환자 생존율 28.2%”
지난달 15일 국립암센터에서 열린 ‘폐암 5년 극복 환자 격려식’. 올해로 3년째를 맞는 행사에는 생존율이 극히 낮다는 폐암과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60여 명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폐암 수술을 받은 사람(2001년 국립암센터 개원 이후 3A기 이하 1507명)의 5년 생존율은 62%. 1기 77.6~89.5%, 2기 63.3~72.9%, 3기 37.7~40.3%에 이른다. 이는 기존 교과서적인 생존율인 1기 50~70%, 2기 35~50%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 게다가 수술이 불가능한 4기 환자는 종래 3~6개월 시한부 삶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4기 환자의 생존율은 28.2%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조재일 병원장은 “대부분의 암은 불치가 아니라 관리만 잘하면 평생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다”며 “폐암 역시 다양한 요인으로 치료 성적이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폐 전용 CT, 0.5㎜ 암도 잡아내
폐암 성적의 1등 공신은 조기진단이다. 심진우(59·은평)씨가 대표적인 예. 조경업을 하는 그는 2004년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폐에 3~4㎜ 크기의 암세포를 발견했다. 강남세브란스 영상의학과 정태섭 교수는 “과거 X선 촬영은 종양 크기가 2㎝는 돼야 진단이 가능했다” 고 말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등장한 저선량 컴퓨터 단층촬영장치(방사선량이 적은 CT)는 0.5㎜ 정도의 작은 암도 거뜬히 확진한다.
수술 방법의 개선과 수술 후 관리도 생존율을 높인다. 과거 한 뼘 길이로 절개하던 외과 수술은 이제 구멍만 뚫는 흉강경 수술로 대체됐다. 특히 최근 소개된 로봇수술의 경우 흉터 크기가 2~5㎝로 작을 뿐 아니라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수술 후 4~5일이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폐암 환자는 의외로 암이 아닌 다른 합병증으로 죽는 경우가 많다. 조 원장은 “담배를 피운 사람은 폐 기능이 매우 떨어진다”며 “호흡부전이 폐암 환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폐 기능을 잘 보존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실제 국립암센터의 사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암환자의 사후관리를 지원함으로써 암과 무관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종래 50%에서 지금은 20~30%대로 줄었다.
방사선 치료 뒤 표적항암제 복용
마지막으로 항암제를 포함한 다학제적 치료의 발전도 생존율에 크게 기여한다. 다학제란 약물·방사선 등 환자에 맞는 종합치료를 의미한다.
환경운동가 김재일(55)씨는 2003년 천식 치료 과정에서 폐암을 발견했다. 이듬해 오른쪽 폐엽에 있는 1.3㎝의 암세포를 떼어내고 1년 이상 항암제 주사를 맞았지만 암은 그를 비웃듯 재발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호흡이 가빠진 것. 계단을 오르거나 심지어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고통을 해결한 것이 방사선 치료다. 20일간 매일 5분씩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숨 가쁜 것이 해소됐다. 이후 그는 하루 한 알 복용하는 표적항암제로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표적항암제는 이레사와 탈세바 두 종류. 하지만 이들 항암제는 흡연을 하지 않은 여성, 즉 비소세포암 중에서도 선암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잘 듣는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현재 임상시험 중인 폐암 표적항암제가 10여 종 되며 이 중에는 소세포암과 같이 기존 약으로 치료되지 않는 암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제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으므로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