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아래) 총리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이 뒤에서 보고 있다. 6일로 예정됐던 오카다 외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회담이 취소되면서, 양국 간 이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AFP 연합뉴스
양국 외무장관 회담 발표했다…
채 하루도 지나기전 취소
日 "美 잘못 발표" 책임 돌려
美 "하토야마, 노무현 닮아"
일본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미·일 관계에서 전개되는 '이상(異常) 현상' 리스트에 또 한 건이 추가됐다. 이번엔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공식 발표됐다가 몇 시간 만에 취소됐다.미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힐러리 클린턴(Clinton) 국무장관과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 간 회담이 6일 오전(워싱턴 시각) 워싱턴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무부가 이날 오후 발표한 클린턴 장관의 일정에선 오카다 외상과의 회담 계획은 빠졌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측이 "아직 일정 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정정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일 외무장관 회담은 일본측 희망에 따른 것이었다. 12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의 일본 방문 이전에 오키나와(沖繩) 후텐마 소재 미 해병대 비행장 이전 문제를 한 번 더 논의하고 싶다는 것이 일본 외무성측 요청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회담 일로 발표한 날짜와 겹치는 7일 일본에선 전체 각료가 참석해야 하는 중요한 국회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일본 외무성측은 "우리 쪽 일정 협의가 덜 끝났는데도 미국측이 잘못 알고 발표한 것"이라고 말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싼) 정부·여당 내의 조정 부족이 표면화한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하토야마 정권에선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를 놓고, 총리와 외상, 방위상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Gates)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20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전에 결론을 내리라"고 압박했지만, 12일 이전에 하토야마 정권의 입장이 정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정권의 핵심 인사들은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래 계속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는 데 대해 내심 불쾌하게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도쿄 방문을 열흘 남짓 앞두고도 양국 외무장관 회담이 '취소'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한다.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에선 이미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공언하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일본의 노무현"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워싱턴 DC의 소식통은 "민감한 동맹 현안에 대해 자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하토야마 정권의 스타일이 한국의 노무현 전(前) 정권을 닮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일 관계가 당분간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문제로 긴장돼 있을 때에, 한국이 실리(實利)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도 한다. 워싱턴 DC의 또 다른 외교소식통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전 일본 총리는 노무현 정권 당시 한·미 관계가 최악인 상황을 잘 파악해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만든 측면이 있다"며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를 비롯한 여러 현안에서 미묘한 한·미·일 3각 관계를 잘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에 종속되었던 거군요, 쇼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