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전獨총리 “행정부처 분산은 좋지 않아”
정운찬 국무총리는 5일 방한 중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에게 “곧 국회에서 행정부처 분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될 예정인데 슈뢰더 전 총리의 말을 예로 들어, 부처 분산은 위험한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정 총리는 이날 세종로 중앙청사에서 슈뢰더 전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정부 부처 일부를 세종시로 옮기려 한다. 통일 독일은 동독의 발전을 위해 행정부처를 본에서 베를린으로 일부 옮겼는데 그 효과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뢰더 전 총리는 “(정 총리가) 외교적인 대답이 아니라 진실한 대답을 원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행정부처가 분산되는 것은 좋지 않다”며 10여분간 독일의 사례를 설명했다.
통일 독일은 1994년 외무부 등 핵심 10개 부처를 베를린으로 이전하고 환경부 등 6개 부처는 본에 남는 방식으로 부처를 본과 베를린으로 분산했다. 우리나라의 청와대와 국회에 해당하는 총리실과 연방상원은 베를린에 위치해 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본에 부처가 있는 장관들은 베를린에 반드시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본에 있는 공무원들, 특히 앞으로 뭔가 이루려고 하는 공무원들은 베를린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정치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곳, 여론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아마 부처간 분단이 10년 후에는 없어져, 본에 있는 부처가 결국 베를린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부처 이전이 비효율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과도한 비용이 드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로 치더라도 사람들은 결정이 내려지는 곳으로 결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 같은 설명을 경청한 뒤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슈뢰더 전 총리의 말을 예로 들어 부처 분산은 위험한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양국간 재생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요청했으며,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의 성공적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와 세계적인 경제불황 속에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