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보면 CEO가 보인다
색상·무늬는 이미지 평가 ‘바로미터’
이코노믹리뷰 | 조윤성 | 입력 2009.11.11 10:55
현대사회에서 의상은 커 보이거나 날씬하게 보이도록 하는 체형의 보완용도 외에도 개인이 속한 사회계층을 암시하기도 하고 색상과 재질이 갖는 특성을 활용해 개인의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데에도 쓰이고 있다.
액세서리를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게 귀족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캐주얼한 모습을 언론에 부각시켜 성공을 거두었고,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브로치에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 외교를 연출하기도 했다.
넥타이가 경기회복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 한 방송에 출연한 경제 전문가는 "핑크색 넥타이, 경제 부활의 신호"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남성의 넥타이는 경기 동향의 선행지표"라면서 "올 하반기부터 밝고 짙은 분홍색 넥타이를 맨 사람이 늘어났으므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색깔이 띠고 있는 상징성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넥타이의 색상과 무늬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데이트에서 처음으로 만난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여자들은 상대방의 옷차림, 특히 넥타이 색을 보고 상대방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판단한다고 한다.
이에 스타일을 조금이라도 아는 남자들이라면 넥타이를 고를 때 정장을 입고 난 후 거울 앞에 서서 그날의 스케줄에 따른 색상을 고르기도 한다.
재계에서도 그룹 총수와 주요 CEO들의 의상이나 넥타이 색깔이 화제를 낳고 있다. 그룹 총수의 의상과 넥타이는 이제 회사의 경영스타일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현대차 신형 YF쏘나타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앞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정 부회장은 푸른 넥타이를 맨 채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정 사장은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푸른색으로 넥타이를 바꿔 맨 것이다. 빨간색은 기아차의 상징색이며, 푸른색은 현대차의 색깔이다. 현대차 기획 및 영업을 맡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맨으로의 변신을 국내외에 선포한 셈이다.
넥타이는 경기회복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색깔이 띠고 있는 상징성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넥타이의 색상과 무늬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기아차 사장 시절 '빨간색' 넥타이를 애용했던 것과 비교된다. 당시 정의선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로고와 명함, 해외 대리점 인테리어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브랜드 색상인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그리고 정 사장 스스로도 주요 행사에는 꼭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지난해 있었던 기아차 수출 500만대 기념행사. 모든 임원들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화제가 됐다.
행사 전날 저녁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즉석에서 "회사 로고가 빨간색이니 우리 모두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이뤄진, 일종의 깜짝쇼였다.
은둔형 CEO로 정평이 나 있는 허태수 GS홈쇼핑 대표도 지난달 통합브랜드 발표회장에서 깔끔한 정장에 핑크빛 넥타이로 포인트를 줘 그간의 무거운 느낌을 털어냈다.
사실 허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는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말을 잘 하지 않는 CEO로 유명했다.
그래서 항상 톡톡 튀는 언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경쟁업체 CEO인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나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 등과 대비됐다.
허 대표의 이 같은 말을 아끼는 모습은 LG그룹 시절 기업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기(神氣)의 전도사.' 웅진그룹 임직원들은 윤석금 회장을 이렇게 부른다. 뭔지 모르지만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의미다.
윤 회장도 이 별명을 마다하지 않는 눈치다. 스스로도 "경영인으로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힘든 노란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옷장에 있는 넥타이의 80% 정도가 노란색 계열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밝은 색을 좋아하는 만큼 '긍정' '희망'과 같은 말을 자주 강조한다.
총수의 '노 타이'는 패션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현장경영에서 넥타이를 아예 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본무 LG 회장도 현장직원들과 만날 때는 대체로 '노 타이' 차림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주요 사장단들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전략회의'를 개최,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계획을 확정하고, 그룹 차원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한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 복장으로 참석,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그룹의 디자인전략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가졌다.
구본무 회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한눈'에 그의 소탈함에 매료된다. 미소 띤 얼굴에 편안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격식을 따지는 것도 싫어한다.
재벌 총수답지 않게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도 않고 외부 행사에 홀로 참가할 때도 많다. 이런 소탈함, '탈 격식'은 경영 스타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종종 넥타이를 하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소탈한 면모로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현장경영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임직원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이며 "휴일이나 현장 방문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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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를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나치게 귀족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캐주얼한 모습을 언론에 부각시켜 성공을 거두었고,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브로치에 강한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 외교를 연출하기도 했다.
미국 한 방송에 출연한 경제 전문가는 "핑크색 넥타이, 경제 부활의 신호"라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남성의 넥타이는 경기 동향의 선행지표"라면서 "올 하반기부터 밝고 짙은 분홍색 넥타이를 맨 사람이 늘어났으므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색깔이 띠고 있는 상징성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넥타이의 색상과 무늬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데이트에서 처음으로 만난 남자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여자들은 상대방의 옷차림, 특히 넥타이 색을 보고 상대방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판단한다고 한다.
이에 스타일을 조금이라도 아는 남자들이라면 넥타이를 고를 때 정장을 입고 난 후 거울 앞에 서서 그날의 스케줄에 따른 색상을 고르기도 한다.
재계에서도 그룹 총수와 주요 CEO들의 의상이나 넥타이 색깔이 화제를 낳고 있다. 그룹 총수의 의상과 넥타이는 이제 회사의 경영스타일과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척도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현대차 신형 YF쏘나타 신차발표회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푸른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앞서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정 부회장은 푸른 넥타이를 맨 채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정 사장은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푸른색으로 넥타이를 바꿔 맨 것이다. 빨간색은 기아차의 상징색이며, 푸른색은 현대차의 색깔이다. 현대차 기획 및 영업을 맡은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맨으로의 변신을 국내외에 선포한 셈이다.
넥타이는 경기회복을 알리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기도 한다.
색깔이 띠고 있는 상징성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넥타이의 색상과 무늬는 한 사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기아차 사장 시절 '빨간색' 넥타이를 애용했던 것과 비교된다. 당시 정의선 사장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로고와 명함, 해외 대리점 인테리어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브랜드 색상인 '빨간색'으로 통일했다.
그리고 정 사장 스스로도 주요 행사에는 꼭 빨간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지난해 있었던 기아차 수출 500만대 기념행사. 모든 임원들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화제가 됐다.
행사 전날 저녁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즉석에서 "회사 로고가 빨간색이니 우리 모두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이뤄진, 일종의 깜짝쇼였다.
은둔형 CEO로 정평이 나 있는 허태수 GS홈쇼핑 대표도 지난달 통합브랜드 발표회장에서 깔끔한 정장에 핑크빛 넥타이로 포인트를 줘 그간의 무거운 느낌을 털어냈다.
사실 허 대표는 지난 3년 동안 언론과의 개별 인터뷰는 물론 공식석상에서도 말을 잘 하지 않는 CEO로 유명했다.
그래서 항상 톡톡 튀는 언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경쟁업체 CEO인 이해선 CJ오쇼핑 대표나 신헌 롯데홈쇼핑 대표 등과 대비됐다.
허 대표의 이 같은 말을 아끼는 모습은 LG그룹 시절 기업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신기(神氣)의 전도사.' 웅진그룹 임직원들은 윤석금 회장을 이렇게 부른다. 뭔지 모르지만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의미다.
윤 회장도 이 별명을 마다하지 않는 눈치다. 스스로도 "경영인으로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은 직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환갑을 넘긴 나이임에도 젊은 사람들도 소화하기 힘든 노란색 넥타이를 즐겨 맨다. 옷장에 있는 넥타이의 80% 정도가 노란색 계열로 채워져 있을 정도다. 밝은 색을 좋아하는 만큼 '긍정' '희망'과 같은 말을 자주 강조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현장경영에서 넥타이를 아예 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구본무 LG 회장도 현장직원들과 만날 때는 대체로 '노 타이' 차림이다.
이건희 전 회장은 지난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서 주요 사장단들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전략회의'를 개최,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계획을 확정하고, 그룹 차원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한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캐주얼 복장으로 참석,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그룹의 디자인전략에 대해 격의 없는 대화를 가졌다.
구본무 회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한눈'에 그의 소탈함에 매료된다. 미소 띤 얼굴에 편안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저씨를 떠올리게 한다. 격식을 따지는 것도 싫어한다.
재벌 총수답지 않게 거창한 의전을 따지지도 않고 외부 행사에 홀로 참가할 때도 많다. 이런 소탈함, '탈 격식'은 경영 스타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종종 넥타이를 하지 않는 캐주얼한 스타일로 그룹 CEO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 토론하고 임직원을 격려하는 소탈한 면모로 일체감을 형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현장경영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임직원들과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이며 "휴일이나 현장 방문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은 재계 총수들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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