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연해주, 경기도-인도네시아에 농장 추진
“수입 농산물보다 값싸게 들여올 수 있어”
“놀리는 농지가 광활하고 기술·자본·인력마저 부족해 연해주에 경남농장을 개발해도 타당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경남도 해외농업협력구축단원(11명)으로 3일부터 3박4일간 러시아 연해주를 답사하고 온 경남도 정재민(46) 농업지원과장의 분석이다.
정 과장은 “연해주에는 250만㏊의 농지가 있으나 50만㏊ 정도만 농사짓고 나머지는 놀리고 있다”며 “연해주 정부도 선진 농업기술을 받아들여 좋은 종자를 개발하려 한다”고 전했다. 경남도 해외농업협력구축단은 방문 기간 중 연해주 미하일롭카 지역 농경지를 둘러보고 연해주 정부와 농업 교류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부가 중남미에 조림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도 해외 농장 개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땅이 넓고 싼 러시아 연해주와 캄보디아·필리핀 등지에서 곡물·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수입 때보다 싸게 국내에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 11월 10일자 1면>
◆앞다퉈 해외 농장 개발=경남도는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에 대비해 지역 농가를 돕고 미래의 식량기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에서 해외 농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미하일롭카군 순얏센 마을 1㏊에 국산종과 러시아종 보리·콩·옥수수와 사료작물을 시험 재배했다.
경남도는 시험 재배 결과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내년에 농장을 50㏊로, 2011년엔 1000~3000㏊로 확대해 콩·옥수수를 재배할 계획이다. 연간 ㏊당 1~3달러의 임대료로 49년간 땅을 빌려 고려인을 통해 농장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남도 서만근 행정부지사는 “연해주 농장을 통해 자급률이 낮은 콩·옥수수 같은 곡물과 사료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지역 농가에 도움을 주고 현지 판매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사료작물 확보를 위해 인도네시아 남동부 술라웨시주에 4년간 4000㏊씩 1만6000㏊의 농장을 조성키로 하고 내년에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경기도는 1만6000㏊에 2모작으로 옥수수를 재배하면 지역 축산농가가 소비하는 사료 135만t의 23.7%인 연간 32만t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남도는 올 1월 전남사료라는 법인을 설립, 옥수수 생산을 위해 필리핀 민도르 지역 9만4000㏊를 빌려 재배하거나 현지인과의 계약 재배를 추진 중이다. 필리핀이 어려우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에 농민 진출도=충남의 소·돼지 축산농가 16명은 1인당 1억원씩 출자해 올 2월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캄보디아 캄폿주의 땅 474ha를 사들였다. 땅값은 3.3㎡당 200여원. 조합 측은 구릉인 땅을 내년 초까지 개간해 연간 3000여t의 사료용 옥수수를 생산해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캄보디아에서 들여올 옥수수는 국제 시세(t당 220∼230달러)보다 10∼20% 싸다.
경북도는 올 7월 몽골 식량농업경공업부와 상호 교류 협력약정(MOU)을 하고 ‘경북 몽골농업개발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센터는 몽골 볼강 아르샨트솜의 농지 2만㏊를 40년간 임차해 ‘경북농업드림타운’을 조성 중인 ㈜가은팜(경북 청도 소재)과 지역 농민의 정착을 돕는다.
가은팜은 올해 처음으로 35㏊에서 밀 55t, 감자 6t을 수확했으며, 내년에는 재배 면적을 200㏊로 늘린다. 경북도 이하윤 해외농업개발담당자는 “좁은 농지와 심한 경쟁으로 국내에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농민들이 생산품의 현지 판매와 국내 반입을 위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의호·황선윤·김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