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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킬러 은나노 ‘한강 괴물’ 만들 수도

화이트보스 2009. 11. 14. 08:34

세균킬러 은나노 ‘한강 괴물’ 만들 수도
 
2009-11-13 03:00 2009-11-13 03:00 여성 | 남성



■ 동식물 생장 악영향 확인

악취를 만드는 각종 세균에 은나노 물질은 효과적인 천적이다. 최근 악취 제거 성분이 있는 속옷과 양말 가운데 ‘은나노’를 표방하는 제품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나노 입자항균, 살균 작용을 넘어 생명체의 생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 나노 물질 세탁 과정에서 흘러나와

최근 스위스연방기술연구소 재료공학자들은 은나노 물질이 들어 있는 섬유가 세탁 과정에서 상당량의 나노 입자를 방출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9월 발행된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과 기술’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은나노 섬유 제품을 빠는 과정에서 녹아 나오는 나노 입자와 세탁 횟수, 표백제 농도 등의 관계를 조사했다. 이 실험에는 실제 판매되는 은나노 양말 등이 사용됐다. 연구 결과 은나노 섬유 제품은 대개 첫 세탁 과정에서 전체 나노 물질 함유량의 1.3∼35%가 빠져 나왔다. 표백제는 은나노 입자의 분해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세탁물 온도가 높을수록 떨어져 나오는 나노 입자의 크기가 다양했다.

연구를 주도한 베른트 노바크 박사는 “나노 입자들이 빨랫물에 섞여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 갈 경우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항균 작용을 위해 소량의 은 성분을 넣는 것을 제외하고 세탁 과정에서 나노 입자들이 방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 나노 물질이 식물 생장 떨어뜨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7년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신물질 14종을 ‘우선 연구 대상’으로 선정했다. 나노 입자도 여기에 올랐다. 과학자들은 지름 5∼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의 정육면체나 불규칙한 모양으로 된 나노 입자에 특히 주목한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나노 입자에 오래 노출되면 식물과 미생물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안윤주 교수는 지난달 29, 30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국제 환경보건과학 학술대회에서 구리 나노 입자가 밀과 녹두에 축적됐을 때 식물 생장을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나노 입자는 식물의 세포막을 통과할 만큼 작다. 이들 입자는 물에 녹아 있다 흡수되거나 공기에 섞여 있다 식물체 안으로 들어간다. 일단 식물 속으로 들어간 나노 입자는 다시 나뭇잎이나 뿌리 등에서 뭉치게 된다.

선크림-전자제품 등 널리 사용

과학자들은 “나노 물질이 모두 위험하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너무 앞선 판단”이라면서도 “무방비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김은주 선임연구원은 “28일간 실험용 쥐에 은나노 물질을 주사한 결과 유전자와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기간 노출될 경우 사람을 포함한 동물이 면역체계나 세포 성장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나노 물질은 이미 생활 전반에 들어와 있다. 선크림을 비롯해 페인트, 회반죽 등에도 나노 물질이 쓰이고, 항균 작용이 강한 은나노 입자는 전자제품에 단골로 쓰인다. 국내 한 대형 전자회사만 해도 100종에 가까운 제품에 은나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