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달러에서 시작한 기적의 ‘그라민 은행’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볼 수도 있지만 많은 빈곤층이 마이크로크레딧을 통해 구한 소액자본으로 작은 농장이나 공방, 가게를 운영해 가족과 함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의 대표주자다. 지금까지 30여년간 전세계에 걸쳐 빈곤층 1억가구가 마이크로크레딧의 혜택을 받았다.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는 책 '가난없는 세상을 위하여'(물푸레 펴냄)에서 그라민은행의 빈민구제사업과 '사회적 기업' 설립노력을 생생하게 소개했다. 똑같이 빈민구제사업을 하지만 세계은행과 그라민은행의 운영방식은 다르다. 그라민은행은 대출자가 어려워져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나서서 돕는다. 또 대출자가 스스로 대출금 사용처를 결정하도록 한다. 반면 세계은행은 아이디어와 전문성, 교육, 계획, 원칙, 절차까지 제시하기 때문에 대출을 받은 사람은 각 단계별로 정해진 지시사항을 따르기만 한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종종 실패한다. 그라민은행 직원들은 관리하는 대출자 600명으로부터 100% 대출금을 회수하면 초록별을, 수익을 올리면 파란별을 받고, 대출잔고보다 많은 예금을 유치하면 보라별을 받는다. 대출자의 모든 자녀가 학교에 다니면 갈색별을 받고 모든 대출자가 빈곤층에서 벗어나면 빨간별을 받는다. 대조적으로 세계은행 직원들은 대출금이 거둔 성과가 아니라 대출금의 규모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협상했느냐에 따라 업적을 평가받는다. 유누스는 빈민구제사업에서 나아가 기존기업과는 목표를 달리하는 '사회적 기업(Social Business)'의 탄생을 독려하는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흔히 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두가지 형태다. 하나는 "수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한 사람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낮은 수준의 책임이고, 또 하나는 "수익을 희생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람과 환경에 좋은 일을 한다"는 높은 수준의 책임이다. 그러나 유누스는 이런 사회적 책임이 경영자들을 변화시키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업이 홍보수단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은 회사의 주주나 소유주가 투자한 돈의 가치를 높여야한다는 근본적인 목표를 거스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은 속성상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적절한 조직이 아니다. 경영자들이이기적이고 탐욕적이고 나쁜 사람들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문제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기업의 근본적 속성 자체에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 대안이 '사회적 기업'이다. 이윤 극대화를 궁극목표로 삼는 기존 기업과 다른 새로운 종류의 기업으로 사회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기업이다. 이 사회적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어느모로 봐도 기업이다.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값을 받아서 비용을 회수한다.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닌 기업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자본주의가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유누스의 주장이다. 빈곤층에게 싼값에 음식물을 공급하거나, 저렴한 의료보장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로 벽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 등 사회적 기업의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많다. 유누스는 다국적 식품기업 다농이 2006년 방글라데시에 '그라민 다농'이라는 세계최초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빈민들에게 싼 값에 질높은 낙농제품을 공급한 사례를 소개하는데서 책을 시작한다. 1940년생인 그는 미국 테네시 주립대에서 조교로 일하다 1971년 고국인 방글라데시가 독립국가가 되는 것을 보고 귀국한다. 1974년과 1975년의 끔찍한 기근으로 그는 기아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목표 아래 진행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였던 그는 1976년 한 농촌마을 사람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총 27달러가 안되는 돈을 빚져 도탄에 빠진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빈민 구제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수십억달러와, 소수의 굶주린 사람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애처로울 만큼 적은 금액의 격차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자기돈 27달러를 털어 주민들에게 건넨 그는 1977년 작은 규모로 그라민 은행을 시작한다. 그라민 은행의 '그라민'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책은 작은 씨앗에서 시작했으나 오늘날 750만 대출고객을 둔 아름드리나무로 성장한 그라민은행의 역사와 세계 최초의 사회적 기업인 그라민 다농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펼쳐낸다. 김태훈 옮김. 320쪽. 1만7천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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