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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막히면 LED로 뚫는다

화이트보스 2009. 11. 16. 10:55

태양광 막히면 LED로 뚫는다
그린에너지‘투톱 기술’ 경쟁사 압도

“2011년 매출은 적게 잡아도 1조원은 넘을 겁니다.” 인천에 본사를 둔 네오세미테크의 오명환(50·사진) 사장이 내놓은 2년 후의 매출 전망치다. 그런데 올해 이 회사의 매출액 예상치는 2500억원. 불과 2년 만에 매출을 네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거다. 당장 내년 경기가 어찌 될지도 모르는 판에.

“매출 1조원, 절대 허풍이 아닙니다.”

그가 과거 자료를 내민다. 2002년 이후 2007년까지 이 회사의 매출은 100억~300억원대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1032억원으로 전년(314억원)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이게 올해는 지난해의 2.5배로 뛰었다. 이런 추세라면 향후 2년간 두 배씩 성장해 1조원 매출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그의 전망은 그렇게 단순한 어림셈에서 나온 게 아니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그의 자신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린 에너지 열풍이 불면서 각광받고 있는 산업이 태양광 발전과 발광다이오드(LED) 분야입니다. 남들은 하나를 잘하기도 어렵지만, 우리는 두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지요.”

이 회사는 태양전지와 LED의 재료로 사용되는 반도체 잉곳(덩어리) 전문 제조업체다. 오 사장은 “LED용과 태양전지용 반도체를 모두 생산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우리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태양광용 실리콘반도체다. 매출의 80%가 여기서 나온다. 문제는 기술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품목이라는 거다. 경쟁이 치열해져 금세 ‘레드오션’이 될 위험이 있다. 태양전지 시장의 과잉 공급이나 각국의 정책 변경 등으로 비틀거릴 수도 있다.

그래도 오 사장은 걱정하지 않는다. 태양광용 반도체 잉곳의 매출이 주춤하면, 즉각 LED용 반도체로 방향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네오세미테크는 최근 대만의 두 개 회사에 LED용 반도체 웨이퍼 1억6400만 달러(약 1900억원)어치를 3년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공급 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또 언제라도 양산에 돌입할 준비가 된 첨단 반도체 잉곳 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하나가 막히더라도 제2, 제3의 동력이 준비돼 있다는 것이다.

네오세미테크가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은 압도적인 수익력이다. 오 사장은 “우리 제품의 생산단가는 경쟁사보다 30~60%가량 낮다”며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서도 내년에 4, 5공장을 짓는 건 품질과 가격 경쟁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력의 비밀은 이 회사가 2002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연속공정법’이란 기술에 있다. 1300도의 고온에서 연속적으로 반도체 잉곳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잉곳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이 300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됐다.

시간은 효율로, 효율은 곧 수익으로 이어졌다. 네오세미테크의 영업이익률(매출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은 지난해 35%. 즉 1000원어치를 팔아 350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결산 국내 563개 상장사가 평균해 1000원어치를 팔아 38.7원을 남긴 것에 비하면 노다지를 캐고 있는 셈이다.

2000년 창업 후 2년도 안 돼 이런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오 사장의 전문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1984년부터 LG전선(현 LS전선)에서 10여 년간 갈륨비소 연구에 매달렸다. 2000여 편의 해외논문을 독파했고, 갈륨비소로 박사논문도 썼다.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업체들과 상담하느라 수시로 일본을 드나들었다. 지금도 도쿄 시내의 지리를 훤히 꿴다. 그러나 회사가 갈륨비소 연구를 중단하자 그는 독립했다.

“창업 후 처음엔 반도체용 장비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이걸로도 벌이가 쏠쏠했지만 갈륨비소 반도체 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늘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갈륨비소는 초기 자금만 100억원 넘게 드는 까닭에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런데 벤처 붐 영향으로 투자자가 나서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고, 결국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갈륨비소 반도체를 팔아 첫해부터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회사를 한 단계 상승시키기 어려웠다. 이미 해외 선발 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고, 추가 연구엔 끊임없이 거액이 필요했다.

그러다 2005년 네오세미테크의 갈륨비소 제조 기술을 잘 알고 있는 한 해외업체가 “태양광 실리콘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제안해왔다. 오 사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시에 투자와 개발을 했고, 이를 통해 1000억원 매출을 돌파할 수 있었다. 회사의 외형이 어느 정도 커지면서 안정적으로 신기술을 축적할 여력도 생긴 것이다.

그럼 세계시장에 네오세미테크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오 사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 태양광·LED용 반도체에서 기술독립을 선언할 정도가 됐을 뿐”이란다. 태양광 반도체의 경우 해외업체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대부분이다. 또 갈륨비소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아직 5%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세계 시장 점유율 10%만 넘기면 그때부터 절반으로 끌어올리는 건 쉽다”며 “한국이 화합물 반도체의 강자로 부상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점은 보완하세요

창업자 한 사람 기술에 의존
회사 커지면 집단 역량 중요


네오세미테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가 회사를 창업했다. 그 때문에 최소한 생산기술 분야에서는 단기간에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갈륨비소 반도체에서 실리콘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하면서 창업자의 기술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창업자는 원재료의 구매-가공-기술-설비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전 분야를 통달하고 있었기에, 경쟁자보다 원가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매출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의 범위가 넓어지고 경쟁구도가 확장되면 창업자 한 사람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이제는 기술역량을 집단화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가 기술에 달려 있는 회사에서 핵심 기술인력 그룹의 형성은 백년기업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네오세미테크 경쟁력의 원천은 원가 우위에서 나온다. 갈륨비소-실리콘 가공 과정에서 원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신공법인 연속성장법과 관련한 특허 80여 개는 핵심 생존기반이다. 앞으로 상당기간 회사는 신공법 특허가 가져오는 ‘원가 우위’라는 열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하는 기술환경 속에서 신공법의 우위는 영속적일 수 없다. 일본은 40년을 앞서 기술과 특허를 축적해 왔고, 전열을 가다듬어 판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경쟁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특허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 즉 ‘의심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창업자가 조직을 다스리는 철학이다. 철저히 믿고 맡기면서 쓰라린 배신을 당한 적도 있지만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는 회사의 성장으로 보답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과거 중소기업 시절에는 창업자가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규모가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사람을 믿고 맡기는 문화는 바람직하지만, 믿고 맡기면서 통제·평가하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사는 예기치 않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현시점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재무기능의 강화다. 주식시장 상장은 이해관계자의 범위가 훨씬 넓어짐을 의미한다. 최고재무관리자(CFO)의 역할과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해 재무상태를 경영진과 주주가 적시에, 투명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무기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장회사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갈륨비소라는 물질에 인생을 걸었던 창업자의 열정이야말로 네오세미테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기업의 DNA로 만들어 조직에 체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기업문화 형성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창업자의 철학과 열정을 직원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설계하고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이를 통해 창업자의 열정을 회사 전체가 공유하고 조직의 기업문화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사장

특별취재팀=금융증권팀 김준현 차장, 김원배·김영훈·조민근·박현영·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