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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북·미 대화 견제하려 남측이 먼저 공격했다 말하더라” [중앙일보] 기

화이트보스 2009. 11. 16. 10:59

북, 북·미 대화 견제하려 남측이 먼저 공격했다 말하더라” [중앙일보]

2009.11.16 03:28 입력 / 2009.11.16 05:00 수정

대청해전 날 평양 간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 김영희 대기자 와‘남포면옥’ 대담

서해 대청해전이 일어난 10일 평양에 들어가 북한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 온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교수(오른쪽)가 14일 저녁 서울 다동 남포면옥에서 본사 김영희 대기자와 만나 대청해전, 북·미 대화에 대한 북한 입장 등을 놓고 대담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북한은 10일 서해에서의 대청해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따른 북·미 대화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남북 정상회담은 계속 추진하려는 것일까. 10일 평양에 들어가 북한 고위관계자들을 만나고 베이징을 거쳐 14일 서울에 온 박한식 미 조지아대 석좌교수를 본사 김영희 대기자가 만났다. 대담은 14일 저녁 서울 다동의 남포면옥에서 두 시간 동안 이뤄졌다. 박 교수는 올해 세 차례 북한에 들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50여 차례 방북했다.

▶김영희 대기자=평양 분위기는 어떤가요 .

▶박한식 교수=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등의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신종 플루 전염을 우려한 듯 공항에서 일일이 검사를 하더라고요. 모자를 써 얼굴 쪽 체온이 올랐던지 고온으로 판정돼 입국을 못할 뻔했죠. 모자를 벗고 난 뒤 한참 후 재검사를 통과했습니다.

▶김=방북 동안 서해에서 남북 간 교전(대청해전)이 있었습니다. 북한 인사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박=(북한) 언론에 나왔듯이 (북한 경비정이) 뭔가를 확인하고 돌아오는데 한국 해군이 사격해 교전이 벌어졌다고 북한 인사들은 설명했어요. 한국 측에 네 척의 경비정이 있고, 그 뒤에 더 큰 군함들이 버티고 있는데 북한 경비정이 싸움을 걸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죠.

▶김=서울에서도 그게 의문입니다. 해군력에서 우리가 앞서 있는데 북한 경비정이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방한계선을 넘어오고, 우리 군의 경고사격 직후 북측이 기다렸다는 듯 조준사격을 가해온 것은 의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이 때문에 국내에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이 정전협정 체제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박=북한에선 교전을 하거나 긴장을 조성할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들은 오히려 한국 측이 서해상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선제 공격을 했다는 식으로 보는 것 같아요. 북한과 미국이 가까워질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죠.

▶김=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청해전이 남북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박=현재로선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전에도 교전 후 좋아진 적이 있으니 상황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김=미국이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어요. 이에 대해 북한은 어떤 입장입니까.

▶박=북한은 북·미 직접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핵 문제도 북·미 양자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 그런 측면에서 그의 방북을 당연시하고, 환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김=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방북하면 북한은 미국에 어떤 요구를 할 것으로 봅니까.

▶박=원칙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이지요. 이를 토대로 체제를 안정화하고 경제적으로 회생하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안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서는 핵 포기를 향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할 것 같아요. 예전처럼 (관계국이) 경제적으로 보상하고 그런 것에 대해 (북한이) 핵동결 등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핵 폐기는 안보 문제 해결 없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김=북한이 핵 포기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체제 보장이 어려운 것 아닐까요.

▶박=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유동적인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상황을 봐가면서 바꿀 수도 있다는 뜻이지요. 미국에서 (북한의) 정권교체 필요성과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 그러니 혼란스러운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 기다리면 저절로 붕괴할 것이란 시각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김=오바마 미 대통령은 적대국과도 대화하겠다는 유연한 입장입니다. 북한에는 10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는 생각입니다만.

▶박=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세계의 비핵화를 들고 나왔어요.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비핵화 문제를 핵군축 차원에서 다루자는 것입니다.

▶김=현재 우리 정부의 최대 이슈는 북한의 비핵화입니다. 현 정부는 그것이 의제가 되지 않으면 대화 자체가 어렵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습니다.

▶박=북한 입장은 한마디로 남한과 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핵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남북 간 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핵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와 협상할 여지가 없다는 것인지요.

▶박=방북 동안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핵 폐기에 대해 논의하자는 남한의 입장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을 만든 것이 미국 때문인데 왜 남한이 나서느냐는 입장이지요.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남북 간에 핵 문제를 논의하자고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이죠.

▶김=남북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냉각기를 가졌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북한 조문단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고, 최근에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남북 접촉도 있었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북한도 남북 관계 진전을 바라는 것 아닙니까.

▶박=북한이 남북 관계 진전을 바라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설령 남에서 먼저 만나자고 했어도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접촉이 이뤄질 수는 없는 것이지요. 대화의 장에 나온 것 자체가 뜻을 보인 것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이번 교전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를 보는 분위기는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김=한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문제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최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박=이번 방북 중에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7월 방문했을 때는 ‘당과 인민의 후계자 추대가 곧 있을 것’이라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이는 이제 후계자 선정 작업이 끝나 그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손한 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후계자 논의가 중단됐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장시간 여행으로 피곤하실 텐데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정용수 기자

◆박한식 교수=북·미 관계에 정통한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로 이 대학 부설 세계문화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2004년 11월 북한과 미국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트랙Ⅱ 대화’를 미국에서 개최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