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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이동복 vs 강정구 160분간 대북정책 설전

화이트보스 2009. 11. 17. 14:54

극과 극’ 이동복 vs 강정구 160분간 대북정책 설전 [중앙일보]

2009.11.17 03:40 입력 / 2009.11.17 04:52 수정

이동복“6·15 선언은 북 연방제 수용한 위헌 문건”
강정구“북 재난 때 적십자 가야지 군대 왜 보내나”

두 사람은 시작부터 날카롭게 맞섰다.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분’이란 사회자의 소개에 이동복(72·왼쪽 사진)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우파 보수라기보다 대한민국적인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강정구(64·오른쪽 사진) 동국대 교수는 “저는 입장이 다르다. 대한민국이 아닌 역사와 민족의 차원에서 통일문제를 생각한다”고 신경전을 펼쳤다.

강 교수는 2001년 8월 ‘만경대(김일성 생가) 방명록 파문’과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논란에 휩싸이는 곤욕을 치렀다. 그런 그를 이동복 대표는 “북한으로 보내버리라”고 주장하는 등 상극 관계였다. 이런 두 사람이 160분간 맞짱 토론을 했다. 14일 서울 송파문화원에서 국제교육정책연구원(원장 강치원 강원대 교수)이 주관한 ‘평화통일과 대북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 대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 공동선언에 대해 “북한의 연방제를 수용한 위헌적 문건”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강 교수는 “통일은 새 세상을 여는 것인데 옛 세상인 헌법이 준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흡수통일을 기도하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독일 통일은 흡수가 아니라 동독이 스스로 가게 문을 닫고 서독에 받아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재차 “북이 자발적으로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역사를 가정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통일 접근 방식도 시각차는 극명했다. 이 대표가 “김정일 정권과 주민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자 강 교수는 “우리보다 북의 정권·주민 간 통합도가 높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주장했다.

사회를 본 강치원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이동복 대표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관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고 강 교수도 큰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곧 정색하며 “애매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 ‘비핵개방 3000’을 보면 뻔한 것 아니냐. 미국도 못한 비핵화를 MB가 무슨 역량이 있다고 관철시키겠나”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붕괴를 얘기한 게 아니라 핵 포기 선택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가 준비 중인 ‘개념계획 5029’도 뜨거운 이슈였다. 강 교수는 “자연 재해 등 미군이 북에 진주할 6가지 조건이 ‘작계 5029’에 있다더라. 재난을 당했으면 적십자요원이 가야지 왜 외국 군대가 들어가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일반 자연 재해가 아닌 군사 작전을 정당화할 구체적 내용이 있을 것”이라며 “오도하지 말라”고 했다.

토론 열기는 주한미군 역할을 논의하며 절정에 달했다. 이 대표는 “미국이 부정적 일을 한 게 많지만 긍정적인 것도 많다”며 “미국이 없었으면 우리는 모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이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설명이 길어지자 강 교수는 “나보다 시간을 두 배는 쓴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며 견제했다. 강 교수는 “미국이 외세인 것은 틀림없지 않나. 한반도에서만 미국이 천사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2000년 가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거론하며 “미국이 괜찮은 일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내놨다.

이영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