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6·15 선언은 북 연방제 수용한 위헌 문건”
강정구“북 재난 때 적십자 가야지 군대 왜 보내나”
강 교수는 2001년 8월 ‘만경대(김일성 생가) 방명록 파문’과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논란에 휩싸이는 곤욕을 치렀다. 그런 그를 이동복 대표는 “북한으로 보내버리라”고 주장하는 등 상극 관계였다. 이런 두 사람이 160분간 맞짱 토론을 했다. 14일 서울 송파문화원에서 국제교육정책연구원(원장 강치원 강원대 교수)이 주관한 ‘평화통일과 대북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 대표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 공동선언에 대해 “북한의 연방제를 수용한 위헌적 문건”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강 교수는 “통일은 새 세상을 여는 것인데 옛 세상인 헌법이 준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 “흡수통일을 기도하면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독일 통일은 흡수가 아니라 동독이 스스로 가게 문을 닫고 서독에 받아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재차 “북이 자발적으로 흡수되기를 기다리는 역사를 가정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통일 접근 방식도 시각차는 극명했다. 이 대표가 “김정일 정권과 주민을 분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자 강 교수는 “우리보다 북의 정권·주민 간 통합도가 높은데 그게 가능하냐”고 주장했다.
사회를 본 강치원 교수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이동복 대표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애매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관중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고 강 교수도 큰 웃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강 교수는 곧 정색하며 “애매모호하지 않고 분명하다. ‘비핵개방 3000’을 보면 뻔한 것 아니냐. 미국도 못한 비핵화를 MB가 무슨 역량이 있다고 관철시키겠나”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붕괴를 얘기한 게 아니라 핵 포기 선택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가 준비 중인 ‘개념계획 5029’도 뜨거운 이슈였다. 강 교수는 “자연 재해 등 미군이 북에 진주할 6가지 조건이 ‘작계 5029’에 있다더라. 재난을 당했으면 적십자요원이 가야지 왜 외국 군대가 들어가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일반 자연 재해가 아닌 군사 작전을 정당화할 구체적 내용이 있을 것”이라며 “오도하지 말라”고 했다.
토론 열기는 주한미군 역할을 논의하며 절정에 달했다. 이 대표는 “미국이 부정적 일을 한 게 많지만 긍정적인 것도 많다”며 “미국이 없었으면 우리는 모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이 돼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설명이 길어지자 강 교수는 “나보다 시간을 두 배는 쓴다.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며 견제했다. 강 교수는 “미국이 외세인 것은 틀림없지 않나. 한반도에서만 미국이 천사로서 역할을 할 것이란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강 교수는 2000년 가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유화책을 거론하며 “미국이 괜찮은 일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내놨다.
이영종 기자
이영종 기자 [yj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