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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외교 삼국지'… 중(中)엔 밀착, 일(日)과 꺼끌, 한국(韓國)은

화이트보스 2009. 11. 19. 11:08

오바마의 '외교 삼국지'… 중(中)엔 밀착, 일(日)과 꺼끌, 한국(韓國)은 편안

입력 : 2009.11.19 02:52 / 수정 : 2009.11.19 08:56

비교되는 '3國 방문'
3국중 訪中에 초점 맞춰… "美中관계 가장 중요" 실천
日과는 합의없는 갈등 계속
한국은 李대통령과 돈독… 미래지향적 동맹 다져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이었지만 이미 합의한 내용의 수정 여부를 놓고 갈등해야 했던 일본, 함께 가려는 행로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미국으로선 기꺼이 '2인3각'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을 확실히 밝힌 중국, 미래지향적인 동맹 관계를 다지는 한국….

버락 오바마(Obama) 미국 대통령의 한중일(韓中日) 3국 방문이 뚜렷하게 비교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통해 '신(新)미중 관계'의 개막을 알렸고, 한국에서는 동맹 관계를 다질 예정이다. 그러나 주일(駐日) 미군과 관련된 기존 합의의 번복을 요구하는 일본과는 당분간 껄끄러운 관계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오바마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처음부터 중국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지난 7월 미중 전략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은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兩者)관계"라고 말한 그는 이번 방문에서 이 발언을 실천에 옮겼다.

상하이, 베이징에서 3박4일 동안 머물면서 후진타오 (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하루씩 회담을 갖고 만찬을 함께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 위기 극복 외에도 기후변화, 비확산 문제에서 중국을 '글로벌 해결'의 파트너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강력한 중국, 번영하는 중국은 국제사회의 힘의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각종 글로벌 이슈를 중국과 함께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티베트와의 대화, 인터넷 검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그의 발언은 중국 지도부가 불쾌할 만큼 강도(强度)가 센 것은 아니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에서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만리장성과 자금성을 둘러보는 관광 시간도 가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심과 호의를 숨기지 않았다. 이런 오바마를, 중국의 젊은 세대는 오바마와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합성된 '오바마오'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만들어 입으며 열광적으로 반겼다.

23시간의 일본 방문은 그런 면에서 중국 방문과는 뚜렷하게 대비가 됐다. 일본 방문의 의미는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아시아 방문국이라는 점이 전부였다. 미 텍사스주 미군기지인 포트 후드에서의 총기 난사로, 방일(訪日)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의 출범 이후 계속 마찰을 빚은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문제 탓에, 양국 정상 회담은 새로운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더 이상 악화를 막고 충돌을 피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일본인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도쿄 산토리홀에서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오바마 대통령이 아키히토(明仁) 일왕에게 깊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는 점이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는 점도 거꾸로 일본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그래서 일본에선 이미 오바마 행정부의 '재팬 패싱(Japan passing·미국의 일본 무시)' 기조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나온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게재된, 오바마가 일본을 넘어 중국으로 긴 손을 뻗치는 만평은 이런 위기 심리를 상징적으로 대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중일 3국 방문에서 한국에 가장 비중을 적게 두었다. 21시간의 체류 시간에 미군기지 방문을 제외하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유일한 공식일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특기인 대중 연설과 일반인과의 자연스런 접촉을 살릴 기회는 애초부터 계획에도 없었다. 미국은 이 대통령과는 올해 두 차례 정상회담과 G20 회의를 통해 비교적 돈독한 관계를 만들었다는 판단하에 다른 일정을 만들지 않았다. 최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으로 인한 남북한 교전이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을 더욱 간략하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동아시아 담당국장을 지냈던 빅터 차(Cha)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역대 미국대통령의 한국 방문 중 가장 편안한 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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