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발주가 없다면 조선소를 만드는 노하우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조선ㆍ해운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해외 각국이 ‘선박이 필요하면 자국 조선소에 발주하겠다’는 보호주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노하우 수출’은 얼어붙은 조선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 러시아에서 현지 조선소를 현대화하는 사업을 위해 기술 등을 지원해주는 계약을 현지 국영업체와 잇따라 맺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8일 러시아 국영 조선그룹 USC 계열인 쯔베즈다(Zvezda) 조선소를 재건립 하는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고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또 다른 러시아 조선그룹인 ‘OPK’와 조선소 현대화 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합의했다.
삼성중공업 역시 올해 2월 러시아 USC사와 현지 조선소를 각 권역별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른바 국내 ‘조선 빅3’로 일컬어지는 업체들이 선박을 만들어 파는 데서 더 나아가 조선소를 만드는 기술을 전수해 주고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
러시아는 2007년 현지 조선업을 육성하기 위해 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설비와 선박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급감한 상황에서 해저 유전개발 등 선박 수요가 발생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는 큰 시장이지만 자국 조선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 수주에 한계가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런 변화를 읽어내고 기술 수출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현지 조선업 현대화 사업 등에 동참하면 노하우 전수에 따른 수익 외에도 많은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국내 조선업체들을 기대하고 있다.
조선소 현대화 사업으로 쌓은 제휴 관계를 통해 향후 러시아가 추진하는 해양 에너지 개발 사업 등에서 선박이나 해양 플랜트 등을 공동 건조할 수 있는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브라질에서 2006년부터 현지 ‘애틀랜티코 조선소’ 건립 등을 위한 기술을 지원해주고 최근까지 3천만 달러에 이르는 로열티 수익을 올렸으며 이 중 2천만 달러로 해당 조선소 지분 10%를 사들였다.
러시아처럼 ‘자국 건조주의’ 방침을 굳히고 있는 브라질에서 대형 해양플랜트 발주 등이 나오면 10% 지분이 있는 애틀랜티코 조선소를 통해 선박을 공동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ㆍ해운 불황이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각 업체들은 ‘기술 수출’을 유용한 대안으로 삼고 있다”며 “해외 국영업체와 두터운 제휴관계를 쌓으면 또 다른 수주 기회를 잡기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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