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지역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방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은 전력망을 활용해 독거 노인의 안부를 원격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전기·수도·가스 소비량 원격으로 실시간 확인
"감시 카메라 단점 보완"
고령화 시대를 맞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사고가 나도 사람이 찾지 않는 한 알 수 없어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내에서 전력망을 통해 홀로 사는 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카메라처럼 사생활을 침해하지도 않으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안부 챙기는 디지털 '두꺼비집'
홀로 사는 노인이 병이나 사고로 집에서 불시에 쓰러져 거동을 못하게 됐을 때 이를 외부에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복지사나 자원 봉사자가 일일이 집안을 방문해 수시로 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집 안에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도록 몸에 부착하는 센서나 CCTV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돈이 많이 들고 사생활 침해 논란도 있다.
한국전기연구원 전기정보망센터의 이재조 박사는 기존의 전력망을 통해 집에 있는 사람이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지, 아니면 쓰러져 움직이지 않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사람이 집안에 있는데도 예전과 다른 전기, 가스, 수도 사용을 보인다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간주하는 식이다.
먼저 과거의 에너지 사용 습관을 참조한다. 예컨대 월요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전등과 TV를 켜면 전기 사용량에 변화가 생긴다. 7시 30분에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하기 위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면 수도 사용과 가스 사용량이 순차적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만일 화요일까지는 예전과 동일한 에너지 사용 형태를 보였는데 수요일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회 복지사나 친지 등에게 알려준다.
도구는 디지털전력량계. 한국전력은 속칭 두꺼비집이라 불리는 전력계량기를 디지털전력량계로 전환하기로 했다. 디지털전력량계는 전기 사용은 물론, 수도, 가스 사용량 등 집안의 모든 에너지 사용을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 가스, 수도는 해당 계기판에 무선 단말기를 달아 디지털 전력량계에 사용량을 전달한다.
홀로 사는 노인의 에너지 사용량을 외부로 전달할 때는 인터넷 회선이나 별도의 통신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전력망을 활용한다. 전력선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력선 인터넷 기술은 일반 광통신 인터넷처럼 성능이 좋지는 않다. 전력선에 흐르는 '잡신호(noise)'가 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조 박사는 "사진, 동영상, 글자가 혼재된 대규모의 인터넷 정보가 아닌 전기나 가스, 수도 사용량만을 전달하는 데는 전력선 인터넷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덕분에 홀로 사는 노인 안부 시스템을 갖추는 데 투자가 적게 든다.
현재 국내에 홀로 사는 노인 가구는 100만으로 추산된다. 안부 확인을 위해 하루에 전화 4통씩만 걸어도 통화 비용만 연간 400억원이 넘는 재원이 필요하다. 이재조 박사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보호를 위해서 가장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전기연구원은 이달부터 경기도 안산시 선부동 주공아파트의 홀로 사는 노인 가정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전은 전력망을 활용한 홀로 사는 노인 안부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