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 프로젝트 의뢰인 글로벌 영업이 꿈인 양다연씨
양다연(25)씨는 중국 매니어다. 8월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중국어에 능통(중국한어수평고시 HSK 9급)한 것은 기본. 중국에서 어학연수·교환학생 경험을 하며 1년6개월을 보냈다. 교환학생 시절도 적극적으로 보냈다. 상하이 차이징(財經)대학이 주최한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격려상을 받았다.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관련 이슈도 꿰고 있다. 중국 네이멍구 사막에서 초지 조성작업 봉사활동을 한 것도 중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중국어를 전공한 양다연씨는 중국 매니어다. 중국어 현지 연수를 한 그는 KOTRA에서 계약직원으로 일하며 실무도 익혔다. 양씨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서점에서 국제 무역실무에 관한 서적을 고르고 있다. [김상선 기자] | |
그러나 중국통(通)인 그도 취업 시장에서 고전 중이다. 양씨가 지원한 기업은 SK텔레콤·대한항공·듀폰코리아 등 줄잡아 50곳. 그중 서류 전형을 통과한 곳은 세 군데에 불과하다.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무작정 노력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절이 지금”이라고 했다. 영어 점수도 끌어올렸고(토익 935점), 부족한 경영학 지식을 메우기 위해 경영학 서적도 읽었다.
그가 중앙일보에 취업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듀폰코리아와 한솔제지 해외영업 부문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다음이었다.
“대학시절 쉴 틈 없이 바쁘게 지냈다. 취업에 실패한 다음부터는 취업박람회도 다녔다. 일부러 취업 관련 교양과목도 수강했다. 학교 취업 상담실에서 한 달에 한 번 취업 상담도 받았고, 기업 인사 담당자에게 모의 면접도 받았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싶다.”
면접장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도 보였던 그. ‘학벌이 문제일까, 학점이 문제일까, 혹은 경험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걸까’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그에게 자문단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김기환 기자
양다연씨는
학력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졸업(경영학 복수전공·2009년 8월)
학점 3.33(4.5점 만점)
외국어 토익 935(2009년 5월), HSK 9급(2007년 12월)
자격증 MOS 마스터, 한자실력 2급
경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국제수출상담부 계약직(2009년 1~2월),
현대산업개발 신유통사업부 인턴(2009년 7~8월)
해외연수 중국 어학연수(2005년 2~12월), 중국 상하이 차이징대학 교환학생(2007년 2~8월)
봉사활동 중국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 봉사활동(2008년 8월),
제2회 역사 NGO 세계대회 통·번역 봉사활동(2008년 10월)
수상경력 중국어 말하기대회 격려상(상하이 차이징대학·2007년 4월),
외국인 한국어지도 프로그램(DTIS) 우수튜터상(덕성여대 언어교육원·2008년 11월)
희망직장 대기업·중소기업·외국계 기업 해외영업·마케팅 부문
이력 화려한 팔방미인
단, 성과 과장하지 말라
STEP 1 서류 집중 분석
무역 관련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양다연씨는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등 관련 현장을 자주 찾는다. [김상선 기자] | |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2점이 깎였을까. 서미영 상무는 두 가지를 지적했다. 첫째로 “아무리 이력서라 하더라도 간단한 성과 정도는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양씨의 이력서 경력사항란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국제수출상담부 수출입관리’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수출입관리’라는 부분은 모호한 데다 불필요하다. 서 상무는 “자기소개서에 있는 내용처럼 ‘3만 달러 수출 계약 성사에 일조함’이라고 성과까지 간단하게 표기하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언제, 어떤 기업에서, 무슨 일을 했는데, 성과는 뭐였다’는 내용을 간단하게 한 줄로 요약해 적는 게 포인트다. 채점관이 한순간에 직관적으로 알아 볼 수 있는 단어로 적어야 한다.
둘째로 “불필요한 자격증은 적을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양씨는 자격증란에 MOS 자격증을 적었다. 그런데 희망 직무는 해외영업·마케팅 부문이다. 희망 직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자격증은 적지 않는 게 낫다. MOS 자격증의 경우 대학 졸업장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흔하다. 짧은 이력서 상에서 중요한 것만 확실히 부각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낼 수 있는 한자실력 2급 자격증은 예외다.
GE코리아 천두성 이사는 “일반 구직자들은 요약해서 쓰는 게 서툰데 비해 양씨는 경험을 군더더기 없이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봉사활동란에 ‘중국 네이멍구 차칸노르 사막화 방지를 위한 초지조성작업’이라고 쓴 것이 좋은 예다.
자기소개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성과를 숫자 등을 사용해 구체적으로 표현한다면 더욱 좋다. 자문단은 항목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풀어갔다는 점에서 양씨의 자기소개서에 높은 점수를 줬다. ‘불꽃 같은 열정·책임감을 가진 양다연’ 항목 내용이 그렇다.
“저는 한 가지 일을 맡으면 그 일이 아무리 힘들더라고 완수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2009년 겨울방학 KOTRA에서 한·중 통역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 능력에 따라 중국 기업과 한국 중소기업의 거래 성사 여부가 달려 있다는 생각에 며칠 전부터 밤잠을 줄여 가며 통역과정 중 사용될 만한 전문용어들과 예상 질문을 면밀히 사전조사했습니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중국 기업에 수출하려고 하는 주력 제품의 경우 동종 제품과 비교 분석하고 중국 기업 관계자 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품의 중문번역 설명을 미리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건의했습니다. 이러한 준비·노력으로 3만 달러 이상의 수출계약을 어렵지 않게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서미영 상무는 “‘증명 가능한 사례’를 기반으로 잘 작성했다”고 평가했다. 많은 구직자가 ‘맡겨진 일을 반드시 완수하는 인재’라는 식의 자기 주장·선언을 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양씨는 과거의 사실·경험을 중심으로 ‘그림 그리듯’ 풀어갔다는 것이다. 특히 ‘3만 달러 이상의 수출 계약’처럼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과장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채점관은 인턴사원의 업무 범위를 알고 있다. 한두 달이라는 짧은 인턴 기간 동안 ‘매출을 20% 성장시켰다’는 식으로 표현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따라서 성과를 이루기까지 팀 내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몇 % 기여했는지 밝혀두는 게 좋다.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적극성, 도전정신, 끈기, 열정, 책임감 등 나열이 지나치게 많은 느낌이다. 천두성 이사는 “한두 가지에 집중해 설명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류전형 평가
“오래 준비한 티가 난다.”
양씨의 이력서·자기소개서에 대한 자문단의 평가다. 이력서의 경우 “다양한 경험을 무리 없이 요약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풀어갔다는 점에서 자기소개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양씨 스스로도 “수도 없이 써 보고, 고친 다음 내놓은 자기소개서”라고 소개했다.
다만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성과(인턴 시 매출 20% 신장)가 등장한 것은 옥에 티다. 설사 진실이라 하더라도 채점관을 납득시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성과여야 한다.
똑부러진 답변 좋았다 … 하지만 외운 느낌 든다
STEP 2 면접 집중 분석
Q 해외 영업 직무를 잘해낼 수 있나.
A 영업의 기본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일본·몽골 등지를 여행하면서 외국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키웠다. KOTRA에서는 수출상담 통·번역업무를 했다. 한·중 기업 간 수출입 업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서로 무리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했다. 해외 영업 직무를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을 지녔다고 본다.
▶ 논리적인 답변이다. 경험을 살려 설명했기 때문에 신뢰가 간다. ‘소통’이라는 키워드도 뚜렷하다.
양다연씨가 GE코리아 천두성 이사(오른쪽)로부터 모의면접을 받고 있다. [김상선 기자] | |
Q 해외 경험이 많다. 힘들었던 기억, 좌절감을 느꼈던 순간은 없나.
A 중국 문화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불결한 음식, 덥다고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벗고 다니는 문화 등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Q 그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던 문제 아닌가. 그게 좌절감을 줄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A 그 정도로 중요한 사건은 아니었다. 다만, 처음 중국에 갔을 때는 ‘내가 이 후진국에서 무얼 배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중국 학생들과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그들을 다시 보게 됐다. 특히 밤새 도서관에 불이 꺼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이란 나라가 저력이 있다고 느꼈다.
▶ 역경을 극복하고 성취해낸 사례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설사 양씨의 경험이 좌절감을 줄 만했다고 하더라도 피상적인 수준의 답변이다. “옷차림·위생 상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답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중국어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했던 내용을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
Q 자기 계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것은.
A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원에서 동생과 테니스·배드민턴을 친다. 하루 3시간씩 중국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 중국 시장과 세계 경제 흐름을 알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경영·경제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 경제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주말에는 경영 서적을 읽는다.
▶ 믿기 어렵다. 하루 3시간씩 외국어를 공부하고 체력단련·기사 스크랩까지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주말에도 쉬지 않고 경영서적을 읽는다”는 내용은 채점관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과장하고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 다. 한두 가지만 뽑아내서 강조하라.
Q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절망했던 경험은.
A 솔직히 말씀드리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스스로가… (눈물을 글썽거리며) 죄송합니다.
▶ 양씨는 이 질문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답변할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짜 맞춘 듯한 방어적 답변이 주를 이뤘다. 면접관이 보고 싶은 것은 학습된 답변이 아니다. 경험을 통해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답변이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답하려고 하는 강박 관념은 채점관이 쉽게 알아본다. 차라리 신입사원답게 순수한 열정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답하는 것이 낫다.
Q 가장 최근 스크랩한 경제 기사는.
A 10월 10일자 한·중 FTA 체결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다. 양국 간 교역 규모를 3000억 달러로 확대하고, 금융·유통·첨단기술 관련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FTA에 대해 단기적으로 특정 산업에 타격을 준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나는 FTA를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회’라고 본다. 공동으로 자원·인프라를 공유함으로써 상생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내 몫을 하고 싶다.
▶ Excellent(훌륭하다).
실전 면접 평가 자문단은 “빈틈없는 답변이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막힘 없이 두괄식으로 답변했고, 사례도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GE코리아 천두성 이사는 “완벽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치열한 취업난 속에서 돋보이는 장점이다.
그러나 천 이사는 “신입사원이기 때문에 순수한 패기·솔직함이 답변·표정에서 묻어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모든 답변을 너무나 완벽하게 완성하려고 하는 것은 자칫 자기방어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답변 중 허공을 보며 생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며 “외운 대로 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STEP 3 총평
천두성 이사는 “채용하고 싶은 인재”라고 말했다. 서류상의 경험도 풍부하고, 답변에도 막힘이 없었다. 자문단은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성과와 준비된 답변이 신입사원다워 보이지 않는다. 서미영 상무는 “경력 사원을 뽑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신입사원다운 패기를 보여줘도 좋다”며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답해도 된다”고 충고했다.
다양한 해외 경험과 중국어 실력은 장점이다. 그러나 희망 직무인 해외영업·마케팅 부문에는 중국어 능력을 갖춘 경쟁자가 많다. 따라서 중국어 능력만 호소하기보다 다른 능력을 추가로 덧붙이는 게 설득력 있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천두성 GE코리아 인사담당 이사
삼성GE메디컬시스템에 입사해 인사·재무·6시그마·여신관리과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03년 의료사업부문 인사팀장을 지낸 뒤 2007년부터 GE코리아의 인사부서장을 맡고 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내 여성인력의 발굴과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서미영 인크루트 인사총괄 상무
1998년 인크루트를 공동 창업했다. 명지대 겸임교수, 중부여성발전센터 자문위원, 한국진로교육학회 부회장, 중앙인사위원회 자문위원, 우주인선발위원 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인재경영의 기술』『프로페셔널의 숨겨진 2%』등 인력관리와 관련된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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